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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도서관 상담실 의자에 앉은 아이가 발끝을 의자 밑으로 넣었다 빼며 공간 반응을 보이는 장면

    처음 방문했던 날

    영어 노출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주변에서도 영어도서관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책이 많고 분위기가 좋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기대했습니다.

    '우리 아이도 영어책을 좋아하게 될까?'

    '영어를 공부가 아니라 놀이처럼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영어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책장 앞에서 멈춰 있던 아이

    막상 도착하니 아이는 생각보다 조용했습니다.

    책장 앞에 서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만 할 뿐 선뜻 책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익숙한 듯 자리를 잡고 책을 읽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이 책 한번 볼까?"

    "이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몇 번 권해봤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오히려 책보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거나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민망했습니다.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하며 왔는데 정작 우리 아이는 관심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괜히 데려왔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 한 권 읽히려다가 분위기만 어색해진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남는 시간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는 다음에도 영어도서관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유는 제가 기대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영어책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편하게 앉아 그림을 구경하고, 다른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바라보고, 조용한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는 시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에는 책을 펼치지 않았고, 또 어떤 날에는 그림만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짧은 영어 문장을 따라 읽기도 했습니다.

    아이 나름의 방식으로 그 공간과 친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영어도서관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그 공간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누군가는 첫날부터 책을 읽고, 누군가는 몇 번을 오가다 겨우 한 권을 펼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해진 반응이 아니라 아이가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는 경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히 남은 생각

    지금도 영어도서관은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예전처럼 좋다는 말만 듣고 무조건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아이마다 책을 좋아하게 되는 시기가 다르고, 영어와 친해지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아이가 스스로 영어책 한 권을 골라 읽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날이 영어도서관일 수도 있고, 집 거실일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른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찾고 있었던 것은 영어를 잘하게 만드는 특별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 딱 맞는 정답을 빨리 찾고 싶었던 부모의 조급한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기만의 속도로 자랍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낯선 공간을 둘러보고, 분위기를 익히고, 책장을 한 번 만져보는 일도 아이에게는 충분한 준비의 시간일 수 있습니다.

    언젠가 아이가 영어도서관을 떠올렸을 때 '엄마가 자꾸 책 읽으라고 했던 곳'이 아니라 '편하게 머물렀던 곳'으로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영어를 좋아하게 될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책과 함께했던 시간이 부담이 아닌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