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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 보이는 영어숙제

     

    아이가 일곱 살 중반, 곧 영어유치원을 졸업합니다. 그동안 쌓인 스피킹과 라이팅을 보면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졸업이 다가오니 예상하지 못한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영유가 끝나면 이 영어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영유가 끝나도 실력이 기본은 유지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내 생각은 달랐습니다. 영유를 졸업하면 실력이 금방 툭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평소 아이 케어와 숙제, 주말은 주로 제가 챙기는데도, 이 문제만큼은 저도 쉽게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막상 졸업이 가까워지니 다른 질문도 줄줄이 따라옵니다. 영유가 끝나면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실력을 유지하거나 더 키우려면 또 돈이 드는 걸까. 아니면 아이가 알아서 잘 해낼까. 부모로서 뒤에서 무엇을 받쳐 줘야 할까. 답을 모르겠어서, 먼저 자료와 선배 부모들의 이야기를 찾아봤습니다.

    알아보니 결국 노출의 문제였다

    여러 교육 자료와 영유를 보낸 선배 부모들의 후기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영유의 효과는 졸업한 뒤에도 비슷한 영어 환경에 계속 노출될 때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졸업 후 영어를 쓰고 듣고 읽는 환경이 끊기면 그동안 쌓은 실력도 서서히 줄어든다고 합니다.

    특히 자주 보인 이야기는, 영유를 나왔어도 일반적인 초등 과정만 밟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아이들과의 차이가 좁혀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초등 고학년쯤 되면 학습 수준이 어느 정도 평준화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결국 영유가 끝이 아니라, 그 뒤에 노출을 어떻게 이어 가느냐가 진짜 변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자료를 보다 보니 제 생활에서도 같은 계산이 나왔습니다. 가만히 따져 보면 아이가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 영어유치원이었습니다. 영유 시간이 끝난 뒤 제가 챙긴 몫도 있겠지만, 사실 가장 큰 부분은 그 긴 원 생활에서 영어를 듣고 말하고 쓴 시간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는 영어 수업이 있어도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지는 않습니다. 자연히 유치원 때보다 영어를 말하고 듣고 쓰는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까지 상상이 미치니, 아내 말처럼 걱정이 안 들 수가 없었습니다.

    졸업 후 갈라지는 길들

    그럼 선배 부모들은 졸업 후에 어떻게 했을까. 찾아보니 길은 크게 몇 갈래였습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건 영어 어학원으로 곧장 이어 가는 경우입니다. 졸업하자마자 어학원에 등록하는 집이 많다고 합니다. 다만 비용은 영유 때와 비슷하거나 더 들 수 있어서, 부담이 줄어들 거라는 기대와는 다른 방향입니다. 영어 환경 자체를 이어 주는 사립초나 국제학교를 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노출은 확실히 유지되는 대신 비용은 더 커집니다. 모두가 갈 수 있는 길은 아닙니다.

    반대편에는 집에서 영어 환경을 유지하는 길이 있습니다. 영어책 읽기, 영어 영상, 짧은 대화처럼 일상 속 노출로 이어 가는 방식입니다. 돈은 가장 덜 들지만 부모가 환경을 만들고 꾸준히 챙겨야 합니다.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어도, 노출만 충분히 이어진다면 집에서도 유지가 된다는 이야기 역시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따로 무언가를 더 하지 않으면, 앞서 말한 대로 시간이 지나며 실력이 평준화되는 쪽으로 흐른다는 게 대체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길마다 분명한 거래가 있었습니다. 돈을 더 쓰면 환경을 밖에 맡길 수 있고, 아끼면 부모의 품이 더 듭니다. 어느 쪽이든 노출을 끊지 않는다는 점만은 똑같이 깔려 있었습니다.

    우리 집이 지금 보고 있는 기준

    이걸 알아보고 나니, 처음의 질문에 부분적으로 답이 보였습니다. 아이가 혼자 알아서 잘할까에 대한 대체적인 답은, 환경이 받쳐 주지 않으면 혼자만의 힘으로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쪽이었습니다. 또 돈이 드느냐는 길에 따라 다릅니다. 외부에 맡기면 들고, 집에서 가면 돈 대신 시간이 듭니다.

    다행히 우리 집은 작은 토대가 하나 있습니다. 그동안 집에서 영어책 읽기를 일상으로 해 왔고, 아이도 책 읽는 것을 자기 습관처럼 가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집에서 노출을 잇는다는 길의 바탕은 이미 깔려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학원이냐 집이냐를 단번에 정하기보다, 어떤 방식이든 노출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을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돈이 정말 많다면 과외도 붙이고 좋은 학원에 좋은 선생님까지 다 해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면 저와 아내도 이제 돈을 모아야 합니다. 영유가 끝나면 한숨 돌릴 줄 알았던 자리에, 또 다른 선택과 비용이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아마 우리와 같은 자리에 선 부모가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결론은 내리지 못했습니다. 졸업이 코앞이지만 우리도 여전히 고민 중이고, 이 글도 답을 주려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같은 자리에 선 부모라면, 졸업 후의 선택을 학원을 보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노출을 어떻게 이어 가느냐로 바꿔 놓고 보면 길이 조금 더 또렷해질 것 같습니다. 우리 집도 그 기준으로, 천천히 정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