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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색종이 놀이하면서 영어단어 말하기

    영어만 시작하면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는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있었지만 집에서 영어를 하자고 하면 반응이 달랐습니다.

    "싫어요."

    "나중에 할래."

    "안 할 거예요."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어책을 꺼내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고, 단어 카드만 보여줘도 몸을 돌렸습니다.

    괜히 더 시켰다가 영어 자체를 싫어하게 될까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급했습니다.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있으니 집에서도 뭔가 더 해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영어책도 잘 읽는다는데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오히려 부담만 커졌습니다.


    공부를 내려놓고 색종이를 꺼냈습니다

    어느 날은 그냥 포기했습니다.

    영어책도 단어 카드도 치워두고 색종이를 꺼냈습니다.

    "오늘은 접기 놀이할까?"

    아이는 금세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색종이를 자르고 붙이고 동그라미를 그리고 이상한 모양을 만들며 혼자 신나 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장난처럼 말했습니다.

    "이건 빨간색이네. Red."

    "그럼 이건 뭐예요?"

    아이가 먼저 물었습니다.

    "Blue."

    "노란색은요?"

    "Yellow."

    그렇게 영어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공부처럼 시작하지 않았는데 놀이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영어를 가르치려고 했던 순간에는 싫다고 했던 아이가 색종이를 붙이며 색 이름을 따라 했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억지로 끌고 가려 할 때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 안에 영어를 살짝 섞어주었을 때 훨씬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림 놀이가 남겨준 작은 변화

    다음 날에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사과를 그리고 토끼를 그리고 해와 구름도 그렸습니다.

    잘 그리지 못해도 상관없었습니다.

    "사과는 Apple이구나."

    "토끼는 Rabbit이네."

    "구름은 Cloud야."

    아이는 정답을 맞히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이 그린 그림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이야기에 영어 단어를 조금씩 얹어 주었습니다.

    몇 개를 외웠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영어를 싫어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단어를 몇 개나 기억했는지 확인했을 텐데 그날은 아이가 웃으며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마무리

    아이가 영어를 싫어한다고 해서 영어를 못하는 아이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영어를 좋아한다고 해서 금방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영어를 대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한동안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중했습니다.

    무엇을 더 시켜야 할지, 무엇을 더 알려줘야 할지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공부보다 놀이를 통해 더 편안하게 다가왔습니다.

    색종이를 접으며 색깔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며 단어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영어를 만났습니다.

    돌아보면 그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교재가 아니었습니다.

    조금 덜 조급한 마음이었습니다.

    영어를 좋아하게 만드는 일은 거창한 교육법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웃으며 색종이를 자르던 평범한 오후, "이건 영어로 뭐예요?"라고 먼저 물어보던 그 순간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아이가 영어를 잘하게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훗날 영어를 떠올렸을 때 시험지보다 색종이 냄새를 먼저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억지로 외운 시간이 아니라 웃으면서 함께 놀았던 오후로 남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잘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보다 영어를 싫어하지 않는 아이로 남는 일이 먼저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