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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 영상을 보는 아빠와 딸

    영어유치원을 쉬게 된 아침

    아침부터 아이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열이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몸이 축 처져 있었다. 고민 끝에 영어유치원에 결석 연락을 했다. 하루 정도 쉰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쪽은 편하지 않았다.

    '진도를 놓치면 어떡하지?'

    '다른 아이들은 수업을 듣고 있을 텐데.'

    부모라면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책을 읽어주거나 교육 영상을 잠깐 보여주며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는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엄마, 코끼리는 왜 코가 길어?"

    그 질문 하나가 그날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책 대신 동물 이야기를 했다

    "그럼 기린 목은 왜 길어?"

    "펭귄은 왜 못 날아?"

    "하마는 왜 입을 그렇게 크게 벌려?"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우리는 동물 사진을 찾아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정답을 외우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추측해 보는 시간이었다.

    "먹이를 먹기 편하려고?"

    "살아남기 위해서?"

    "원래부터 그랬을까?"

    아이는 답을 듣고 끝내지 않았다.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 냈다.

    평소에는 영어 단어 하나 더 익히고, 워크북 한 장 더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가장 집중했던 순간은 스스로 궁금한 것을 파고들 때였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보다 궁금해서 시작한 이야기가 훨씬 오래 이어졌다.

    "엄마, 동물들은 진짜 신기하다."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게. 엄마도 오늘 새롭게 알게 된 게 많은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결석한 하루가 남긴 생각

    솔직히 말하면 그날 아무것도 계획한 것이 없었다.

    유치원을 쉬었고, 특별한 교육 활동도 없었다. 생산적인 하루라고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배움은 책상 앞에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정해진 시간표를 따라가야 제대로 배우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는 소파에 기대앉아 코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기린으로 넘어가고, 북극곰 이야기를 하다가 펭귄으로 넘어가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었다.

    영어유치원을 하루 결석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뒤처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아이의 호기심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마무리

    놓친 수업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아이는 질문하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조금 다른 사실을 배웠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계획한 하루보다 예상 밖의 하루가 더 많은 것을 남길 때가 있다는 것을.

    유치원을 가지 못한 날이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하루가 아니라 아이의 생각을 가장 오래 들여다본 하루였다.

    어쩌면 부모가 아이에게 꼭 해줘야 하는 일은 모든 시간을 빈틈없이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던지는 작은 질문 하나를 놓치지 않고 함께 걸어가 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음에 또 예상치 못한 하루가 찾아온다면, 예전처럼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의 호기심은 시간표대로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가 오늘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영어유치원을 결석했던 그날.

    우리는 공부를 쉬었던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