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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유치원과 학원을 같이 다니기 시작한 첫 주였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식탁 위에는 영어유치원 워크북과 리딩북, 학원에서 가져온 프린트가 같이 올라왔습니다.

    딸은 양말 한쪽을 벗은 채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고, 저는 오늘 뭘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세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작은 종이에 줄을 두 개 그었습니다.

    위에는 딸이 할 일.

    아래에는 아빠가 할 일.

    딸이 그 종이를 보더니 아빠도 할 일이 있냐는 식으로 물었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학원을 하나 더 다니는 건 딸에게 수업 하나가 추가되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딸 시간표만 봤습니다

    병행을 결정할 때 제가 먼저 본 것은 수업이었습니다.

    영어유치원에서 배우는 것과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얼마나 겹치는지, 학원을 하나 더 다니면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습니다.

    정작 제 일정은 거의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막상 시작하니 수업시간 앞뒤에 다른 시간이 붙었습니다.

    퇴근 뒤 학원으로 가야 했고, 아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저녁을 먹이고 씻긴 뒤 두 곳에서 가져온 것을 같이 확인해야 했습니다.

    학원 시간표에는 수업시간만 적혀 있었지만, 우리 집 저녁에는 그 앞뒤 시간까지 전부 들어왔습니다.

    딸 할 일만 적어놓으니 이상했습니다

    처음 종이에 적은 것은 당연히 딸이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워크북, 리딩북, 학원 프린트.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니 이 일정을 선택한 것은 부모인데 저녁에 해야 할 일은 전부 딸 쪽에만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래에 제 할 일을 적었습니다.

    학원에 데리러 가기.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

    두 곳에서 가져온 것을 구분해서 보기.

    선생님께 확인할 것이 있으면 챙기기.

    그제야 영어유치원과 학원을 병행한다는 말이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아이 혼자 두 곳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두 일정 사이를 같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학원 상담표에는 없던 시간을 첫 주에 봤습니다

    이 경험으로 영어유치원과 학원을 병행하는 게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딸에게도 학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시작했습니다.

    다만 시작하기 전에는 제가 한 가지를 빼놓고 계산했습니다.

    수업 하나를 더 넣었을 때 그 수업을 실제 생활에서 굴리는 시간입니다.

    누가 데리러 갈지, 집에는 언제 들어올지, 저녁과 씻는 시간은 얼마나 남는지, 두 곳에서 가져온 것을 누가 확인할지.

    이런 내용은 학원 상담표에서는 보지 못했습니다.

    직접 첫 주를 보내고 나서야 보였습니다.

    그날 식탁 위 작은 종이에는 딸 할 일과 아빠 할 일이 한 줄씩 나뉘어 있었습니다.

    영어유치원에 학원을 하나 더 붙였을 때 제가 가장 늦게 계산한 것은 수업료나 수업 내용이 아니라, 그 일정을 같이 굴릴 제 저녁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