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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표 영어교육

공부 시간에 깐 사탕에서 나온 무지개

by 아빠표 유아영어 기록 2026. 6. 13.

우리 딸은 먹는 걸 참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사탕이나 젤리 같은 작은 군것질거리를 제일 반겨요. 다른 건 몰라도 공부 시간에 간식 하나 까먹는 그 순간만큼은, 아이 얼굴에 작은 행복이 번지는 게 보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우리 집에서 간식은 절반쯤 미끼였습니다. “이거 다 읽으면 하나 더 먹자” 하는 식으로, 숙제를 넘기는 데 쓰는 도구에 가까웠어요. 그날도 책상 옆에 멘토스 몇 알이 올라와 있었고, 저는 그게 그냥 오늘치 숙제를 굴러가게 할 윤활유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리딩북을 펴려는데, 딸이 사탕을 입에 넣기 전에 손바닥에 알을 쭉 펼쳐 놓고 저를 불렀습니다.

“이거 봐봐, 아빠.”

색깔이 알록달록한 레인보우 멘토스였어요. 영어유치원 선생님한테 선물로 받았다고 했습니다.

끊지 말고 다 쏟아내길 빌었습니다

딸은 손바닥 위 사탕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으며 색깔 이름을 댔습니다. 빨강 노랑이 아니라 “red, orange, yellow, green, blue” 하고 하나씩 하나씩 영어로요. 짚는 순서도, 말하는 리듬도 어딘가 익숙해 보였습니다. 원에서 그렇게 배운 티가 났어요. 다 짚고 나더니 “이게 다 모이면 rainbow야” 했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근데 아빠, 레인보우는 사탕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하늘에도 있어. 비 오고 나서 맑아지면 보여. 빛이… 빛이 들어가서 그렇게 되는 거래.” 정확한 단어는 아니어도, 비가 갠 뒤 공기 중 물방울에 햇빛이 들어가 색이 갈라진다는 그 얘기를 일곱 살 입으로 더듬더듬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색깔도, rainbow도, 비 온 뒤에 보인다는 것도 전부 어디선가 배워 온 걸 자기 식으로 이어 붙이는 중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멍하니 봤습니다. 끼어들어서 “맞아? 그건 어떻게 알았어?” 하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잠깐 올라왔는데 꾹 눌렀습니다. 그렇게 물으면 아이가 채점받는 기분이 들어 입을 닫을 것 같았거든요. 오히려 속으로 빌었습니다. 제발 끊기지 말고 아는 걸 다 쏟아내라. 사탕 한 알에서 시작된 말이 색깔로, 무지개로, 비 온 뒤 하늘로, 빛으로 혼자 굴러가고 있었으니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진짜 복습 아닌가. 평소 숙제할 때는 제가 묻고 아이가 단답으로 답하는 식이었습니다. “rainbow가 무슨 뜻이지?” 물으면 “무지개” 한마디로 끝났을 거예요. 말을 끄집어내는 쪽은 늘 저였고, 아이는 마지못해 한 조각씩 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방향이 반대였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탕 색깔을 핑계로 원에서 배운 영어 단어부터 무지개 과학까지 줄줄이 엮어서 스스로 꺼냈습니다. 외운 걸 확인받는 게 아니라, 아는 것들을 연결해서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이 입이 그렇게 열린 건 기분이 좋아서였습니다. 좋아하는 사탕이 손에 있고, 혼나지 않는 분위기였고, 아빠가 들어줄 것 같으니까요. 즐거우면 입이 열리고, 입이 열리면 배운 게 밖으로 나옵니다. 반대로 “자, 복습하자” 하고 책상에 앉혔으면 그 많은 말 중에 한 줄도 안 나왔을지 모릅니다.

그날 저는 영어 드릴을 단 하나도 안 시켰습니다. 워크북도 그대로 덮어뒀고요. 그런데 사탕 한 줌이 그날 워크북 한 장보다 훨씬 많은 영어를 아이 입에서 꺼냈습니다. 딸은 한참을 떠들다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사탕을 입에 넣었습니다. 무지개 강의는 그렇게 끝났고, 저는 아직 펴지도 못한 리딩북을 그제야 조용히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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