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운동화 앞코가 흰 선 밖으로 반쯤 나가 있었습니다.
아파트 후문 쪽,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오른쪽에서 우회전하려는 차 한 대가 천천히 굴러오고 있었고, 신호등은 곧 바뀔 듯했습니다. 아이는 이미 건널 생각으로 몸이 앞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세게 움켜쥔 건 아닌데, 오른쪽에서 굴러오는 차를 보자 손바닥 안쪽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아이는 신호등을 보고 있었고, 저는 차바퀴를 보고 있었습니다. 차가 완전히 멈춘 건지, 아직 굴러오는 중인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 몇 초가 길었습니다.
“뒤로.”
말이 먼저 정리된 게 아니라, 한국말이 그냥 튀어나왔습니다. 아이가 저를 봤습니다.
그리고 바로 짧게 붙였습니다.
“Behind the curb.”
흰 선 밖에 아이 발끝이 있었고, 차바퀴는 아직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그 말을 바로 이해한 얼굴은 아니었지만, 제 손이 살짝 뒤로 당겨지자 운동화 앞코가 흰 선 안쪽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는 아이 발끝보다 차바퀴 쪽을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초록불. 아이 몸이 다시 앞으로 갔습니다. 저는 잡은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Wait.”
얼굴이 살짝 굳었습니다. 신호가 초록불인데 왜 또 기다리냐는 표정이었습니다. 오른쪽 차바퀴가 아직 조금 굴러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길게 말하면 더 복잡해질 것 같아 다시 짧게 물었습니다.
“Is the car stopping?”
신호등에 있던 아이 눈이 차 쪽으로 옮겨갔습니다. 제가 보고 있던 곳을 따라 본 겁니다. 차 전체가 아니라 바퀴 쪽이었습니다. 굴러오던 바퀴가 거의 멈추고, 차 앞부분이 횡단보도 앞에서 낮게 가라앉았습니다. 그제야 아이 손을 잡고 건넜습니다.
횡단보도 위에서는 말이 없었습니다. 아이 손만 잡고 걸었습니다. 중간쯤에서 아이가 오른쪽을 한 번 다시 봤습니다. 제가 시켜서 본 건지, 방금 들은 말 때문에 본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눈이 신호등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았습니다.
건너편에 도착하자 아이가 물었습니다.
“아빠, curb가 뭐야?”
설명은 그때 했습니다.
“차도랑 보도 사이에 턱 있지. 거기 뒤에 서라는 말이야.”
아이는 바닥을 한 번 봤습니다. 방금 우리가 서 있던 쪽은 이미 건너편이었습니다. 설명은 늦게 왔고, 몸은 이미 한 번 뒤로 물러난 뒤였습니다.
같은 횡단보도 앞이라고 매번 달라진 건 아닙니다. 어떤 날은 또 앞으로 나가려 했고, 어떤 날은 신호등만 보고 발이 나갔습니다. 그래도 가끔 운동화 앞코가 흰 선 근처에서 느려지는 때가 있었습니다.
“curb”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문 적도 있습니다.
아이가 바닥을 봤기 때문입니다.
다음번 같은 횡단보도 앞, 아이는 신호등을 봤습니다. 발은 흰 선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제가 말하기 전에 아이가 오른쪽 차바퀴를 한 번 봤습니다.
저는 손만 잡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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