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05 서면 글로벌빌리지 영어도서관 70분 부산 서면 글로벌빌리지 영어도서관에 딸아이와 다녀왔습니다. 아이 나들이도 시킬 겸, 영어책이 많이 모인 공간은 어떤 분위기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어유치원에서도 책을 보지만, 유치원 안 책장과 도서관 서가는 공기가 다릅니다. 휴대폰 화면으로 넘기는 영어책과도 다르고요. 그날 아이가 영어책을 많이 읽었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애매합니다. 읽은 양보다 더 오래 본 건 아이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어디서 빨라지고, 어느 책 앞에서 손이 가고, 무엇을 더 오래 기억하는지요.입구 5분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조용했습니다. 아이는 그 조용함보다 책이 많은 공간을 더 크게 본 듯했습니다. 의자도 있고, 아이들이 앉아 있는 자리도 있으니 큰 놀이방처럼 느꼈나 봅니다.몇 걸음 들어가자 몸이 빨라졌습니다. 뛰려는 기색이 보여서 .. 2026. 6. 5. 젤리보다 무거웠던 영어책 젤리 하나를 책 옆에 두고 딸아이와 영어책을 읽으려 한 적이 있습니다. 책 몇 장만 보면 젤리 하나, 끝까지 보면 주말에 좋아하는 것도 하나. 지금 생각하면 뻔한 방법인데, 그때는 나름 방법이라고 여겼습니다. 영어유치원을 다니니 영어책도 많이 보면 좋겠고, 유명한 추천책을 책장에만 꽂아두기엔 아까웠거든요. 그런데 아이 눈은 책보다 젤리 쪽으로 자주 갔습니다. 책장은 느리게 넘어갔고, 얼굴은 점점 안 좋아졌습니다. 7살 아이 손에 아직 버거운 책을 너무 빨리 올려둔 모습입니다.젤리보다 무거웠던 책장이 나이에 읽으면 좋다는 책, 영어유치원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책, 누가 봐도 잘 골라놓은 추천 도서를 보면 괜히 마음이 움직입니다. 이 책만 잘 읽으면 어휘도 늘고, 문장도 길어지고, 독해력도 좋아질 것처럼 .. 2026. 6. 4. 정답지를 찾던 아이의 영어숙제 저녁에 영어유치원 숙제를 펼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영어유치원 숙제만 있어도 만만치 않은데, 학원 숙제까지 겹치면 평일 저녁도 주말도 금방 숙제 시간으로 넘어갑니다. 숙제장을 펴는 순간 아이 어깨가 먼저 내려앉고, 옆에 앉은 저는 시계를 자꾸 보게 됩니다. 다음 날 출근까지 떠올리면 한 문제를 오래 붙잡고 있을 여유가 자꾸 줄어듭니다.한동안 정답지를 중간중간 봤습니다. 요즘은 AI도 잘되어 있고, 모르는 내용은 검색하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I가 늘 맞는 답을 주는 건 아니니 제가 한 번 더 봐야 했지만, 그때 머릿속은 단순했습니다. 오늘 숙제를 끝내야 한다. 너무 늦어지면 아이가 피곤하고, 내일 아침도 힘들어진다.정답지를 보면 숙제는 빨리 끝났습니다. 아이는 답을 확인하자마자 “아, 오케이.. 2026. 6. 3. 마린시티 놀이터에서 늦게 나온 영어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나들이를 가면 딸은 놀이터부터 찾습니다. 바다 쪽 바람이 차가운 날에도, 한여름처럼 땀이 나는 날에도 놀이기구 앞에서는 금방 뛰기 시작합니다. 공부와 숙제 사이에 눌려 있던 몸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탁 풀리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낯선 친구가 가까이 오면 아이 목소리가 달라집니다. 집에서는 말도 많고 장난도 많은데, 외국인 아이와 마주치면 입이 작아집니다. 영어 단어보다 첫마디를 어디서 어떻게 꺼내야 할지가 더 어려워 보였습니다.마린시티 놀이터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건 외국인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지에서 잠깐 스쳐 가는 외국인이 아니라, 같은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와 아이들이 보입니다. 딸에게 그 장면은 영어 교재 속 상황이 아니라 바로 옆.. 2026. 6. 3. 흰 선 밖으로 나간 운동화 아이 운동화 앞코가 흰 선 밖으로 반쯤 나가 있었습니다.아파트 후문 쪽,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오른쪽에서 우회전하려는 차 한 대가 천천히 굴러오고 있었고, 신호등은 곧 바뀔 듯했습니다. 아이는 이미 건널 생각으로 몸이 앞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습니다.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세게 움켜쥔 건 아닌데, 오른쪽에서 굴러오는 차를 보자 손바닥 안쪽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아이는 신호등을 보고 있었고, 저는 차바퀴를 보고 있었습니다. 차가 완전히 멈춘 건지, 아직 굴러오는 중인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 몇 초가 길었습니다.“뒤로.”말이 먼저 정리된 게 아니라, 한국말이 그냥 튀어나왔습니다. 아이가 저를 봤습니다.그리고 바로 짧게 붙였습니다.“Behind the curb.”흰 선 밖.. 2026. 6. 2. Button missing? “Button missing?”딸아이 책을 보다가 갑자기 말을 합니다. 옆에 앉아 있던 저는 뭔가 설명하려다 말을 삼켰습니다. 책장은 아이가 넘기고 있었고, 질문도 아이 쪽에서 나왔습니다.글자가 한 줄도 없는 그림책.곰 인형은 빨간 조끼를 입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인 조끼에는 단추가 세 개 달려 있었는데, 다음 장으로 넘어가자 두 개만 남아 있었습니다. 아이 눈이 조끼 가운데쯤에서 잠깐 멈췄습니다.앞 장으로 돌아간 손가락이 단추를 하나씩 짚었습니다. 다시 다음 장. 조끼 가운데 비어 있는 자리에 손끝이 갔고, 아이는 그 자리를 한 번 누르듯 짚고 나서 저를 봤습니다.“Button missing?”그 말을 듣자마자 “The button is missing”이라고 고쳐줄 수도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아마 .. 2026. 6. 2. 이전 1 2 3 4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