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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문제 풀고 있는 딸

    딸이 영어유치원 문제를 많이 틀려 온 날이면 저는 먼저 영어부터 봤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있었나. 문제 뜻을 못 읽었나. 영어 문장이 어려웠나.

    답지를 보고 단어를 찾아주고 다시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영어를 한국어로 바꿔서 설명해도 딸이 같은 자리에서 멈췄습니다.

    그때 조금 이상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틀린 문제를 거의 전부 영어 문제처럼 보고 있었구나.

    영어를 걷어냈는데도 어렵다면, 단어 하나를 더 알려주는 것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틀린 문제를 보면 영어부터 의심했습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영어 문제를 틀리면 부모 눈에는 영어가 먼저 보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틀린 개수가 많으면 수업을 못 따라가는 건 아닌지 걱정됐고, 모르는 단어가 보이면 그 단어부터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계속 보다 보니 틀린 이유가 항상 같지는 않았습니다.

    영어로 물었을 때는 멈췄는데 한국어로 풀어서 말해주자 바로 알아듣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한국어로 바꿔도 여전히 생각이 오래 걸리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두 문제를 똑같이 영어 부족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했습니다.

    한국어로 바꿔도 막히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어로 설명하면 당연히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어가 어려운 거니까 뜻만 알려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국말로 다시 설명해도 무엇을 비교해야 하는지, 왜 그런지 생각하는 부분에서 바로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영어 문장을 한 번 더 읽히지 않았습니다.

    영어를 잠깐 빼고 그림을 보거나, 지금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부터 같이 봤습니다.

    저한테는 이 과정이 꽤 중요했습니다.

    딸이 문제를 틀렸다는 결과는 똑같아도, 실제로 막혀 있는 자리는 서로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 틀린 개수보다 막힌 자리를 먼저 봤습니다

    그전까지는 틀린 문제를 보면 빨리 정답으로 돌려놓고 싶었습니다.

    왜 틀렸는지 설명하고, 답을 고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겪고 나서는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한국어로 바꿔주면 알아듣는지.

    한국어로 바꿔도 같은 곳에서 멈추는지.

    저는 이것만 봐도 그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한국어로 바꿨을 때 풀 수 있다면 영어 표현이나 문제 지시를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로 바꿔도 어렵다면 그 자리에서 영어 단어를 더 밀어 넣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확인한 것은 딱 그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영어 실력이 좋아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문제를 많이 틀렸다는 이유만으로 딸의 영어 전체가 부족하다고 결론내리는 일은 줄었습니다.

    정답보다 먼저 왜 틀렸는지를 보게 됐습니다

    지금도 딸이 문제를 많이 틀리면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립니다.

    영어유치원까지 다니는데 왜 이렇게 많이 틀렸지 싶은 마음이 먼저 올라올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틀린 개수만 보고 영어를 더 시켜야겠다고 바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영어를 한국어로 한번 걷어내 봅니다.

    그리고도 아이가 같은 자리에서 멈추는지 봅니다.

    영어유치원 문제를 많이 틀린 날, 제가 가장 먼저 고쳐야 했던 것은 딸의 정답이 아니라 모든 오답을 영어 문제로 보던 제 판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