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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반에 유난히 똘똘한 남자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일곱 살인데도, 누가 봐도 나중에 의사가 될 것 같은 아이요. 다행히 우리 딸과도 잘 맞아서 자주 어울려 놀았습니다.
학부모가 한 번씩 유치원에 들르는데, 그러다 알게 됐습니다. 그 아이 어머니가 의사더군요. 아,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댁에서 초대를 받았습니다. 갔더니 아버지도 의사였습니다. 부부가 두 분 다 의사인 집이었던 거죠.
술 한잔하며 직접 물어봤습니다
이때 아니면 언제 물어보겠나 싶었습니다. 평소 정말 궁금했던 걸, 술 한잔 기울이며 솔직하게 여쭤봤습니다. 아이를 대체 어떻게 키우시느냐고요.
사실 저는 책에서도, 유튜브 영상에서도, 여러 박사님들 입에서도 비슷한 말을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결국 환경이라고, 부모가 매일 만들어주는 일상이라고요. 머리로는 알고 있었죠. 그런데 바로 앞에 앉은 내 딸 친구의 부모님 입에서 직접 들으니 느낌이 전혀 달랐습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유전이라기보다, 수십 년 동안 그 집에 배어 있는 생활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공부하는 부모를 매일 보고, 그 루틴을 그대로 빨아들이며 자란 아이. “의사 집안에서 의사가 나온다”는 말이 그날 비로소 온전히 와닿았습니다. 더 찾아볼 것도, 다른 방법을 뒤질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따라 해보기로 했습니다
거창한 비법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냥 그 집이 하는 걸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따라 했습니다.
그 집은 영상을 보여줄 때 무조건 영어로만 틀어줬습니다. 그것도 과학과 관련된 영어 영상으로요. 이게 정답인지는 저도 아직 모릅니다. 다만 우리 집도 그날부터 영상은 영어로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영어에 젖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주자는 마음입니다. 확실히 도움은 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보다 공부 쪽으로 앞서 있는 분들이 있다면 그게 정답이든 아니든 한번 따라가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안 된다고 미리 접기엔 아이들은 무궁무진하니까요. 그 부모님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저도 압니다. 그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과학만은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대로 따라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죠. 저도 압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 해봤습니다. 유튜브 과학 영상을, 영어 자막까지 켜서 보여줬죠. 그런데 딸 표정이 먼저 답을 했습니다. “아빠, 이거 친구네 집에서 봤던 거 아니야? 나 이거 안 볼래.” 바로 튀어나왔습니다.
그래도 과학만큼은 어떻게든 접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봤습니다. “딱 5분만 보고, 그다음엔 네가 보고 싶은 거 보자. 돌아가면서.” 어떤 날은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이건 물이 어떻게 수증기가 되고, 또 어떻게 고체가 되는지 보여주는 거래. 아빠도 진짜 궁금해서 같이 보고 싶어.”
노력의 끝은 역시, 안 되는 게 없더군요. 지금은 딸이 그 영상을 봅니다. 보고 나서는 유치원에 가서 그 친구와 내용을 나누기까지 합니다. 그 친구와 부모님께 새삼 고맙습니다.
영어유치원에서 여러 주제를 다루지만, 과학만큼은 부모가 어지간히 알지 못하면 영상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집 덕분에 제가 헤맬 시간이 줄었고, 딸은 흥미 하나를 새로 얻었습니다. 따라 해보길,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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