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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유치원에서 뭐가 제일 힘든지 딸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숙제나 단어시험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습니다.

    딸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Be quiet 하는 게 힘들어.”

    숙제도 아니고, 라이팅도 아니고, 영어책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계속 들여다보던 숙제표에는 없는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숙제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녁마다 딸과 리딩북을 읽고, 워크북을 풀고, 스피킹 발표를 연습했습니다. 그래서 영어유치원에서 힘든 일을 물으면 공부와 관련된 대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숙제가 많아서 힘들어?”
    “라이팅이 어려워?”
    “단어시험이 싫어?”

    제가 예상한 답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딸이 먼저 꺼낸 말은 조용히 해야 하는 시간이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더 물어보니 수업 중에는 말하고 싶어도 기다려야 하고, 조용히 하지 않으면 포인트가 깎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포인트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됐는지 제가 수업 안에서 직접 본 것은 아닙니다. 다만 딸이 자기 입으로 설명한 내용은 분명했습니다. 영어 공부보다 “Be quiet” 하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조용히 해야 하는 규칙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수업을 들으려면 선생님 말을 들어야 하고, 친구가 말할 때는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딸의 대답을 듣고 영어유치원이나 선생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놓쳤던 것은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부모인 저는 아이가 배우는 내용과 숙제의 양만 보고 있었는데, 딸은 수업 안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 하나를 가장 힘든 일로 꼽았습니다.

    어른에게는 당연해 보이는 규칙도 아이에게는 그날 가장 어려웠던 일로 남을 수 있다는 걸 그 대답을 듣고 알았습니다.

    그날부터 질문 하나를 바꿨습니다

    생각해보니 집에서도 딸이 말을 꺼낼 때 제가 짧게 끊은 적이 있었습니다.

    “알겠어.”
    “잠시만.”
    “그건 아빠도 알아.”

    제가 이미 아는 동물 이름이나 영어 표현,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끝까지 듣지 않은 날도 있었습니다.

    딸이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제가 대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영어유치원에서 “Be quiet 하는 게 힘들다”고 말한 뒤부터는, 집에서만큼은 아이가 꺼내려던 말을 조금 더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숙제가 어땠는지만 묻는 대신 질문 하나를 더했습니다.

    “오늘 제일 말하고 싶었던 게 뭐였어?”

    이 질문을 한다고 매일 특별한 대답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 이야기로 끝날 때도 있고, 유치원에서 본 작은 일 하나를 말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숙제표만 봤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딸이 무엇을 어려워했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제가 미리 답을 정하지 않고 물어봐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영어유치원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지 물었던 날, 저는 숙제를 예상했고 딸은 “Be quiet”라고 답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숙제 하나를 더 확인하기 전에 딸이 오늘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부터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