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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유치원을 보내다 보면 부모는 눈에 보이는 것부터 걱정하게 됩니다. 숙제가 많은지, 라이팅이 어려운지, 스피킹 발표가 부담스러운지, 단어시험을 힘들어하는지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비슷했습니다. 아이에게 영어유치원에서 뭐가 제일 힘드냐고 물었을 때, 당연히 공부와 관련된 대답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딸의 대답은 제 예상과 달랐습니다.

    “Be quiet 하는 게 힘들어.”

    숙제도 아니고, 라이팅도 아니고, 영어책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힘들게 한 건 조용히 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모는 공부가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힘들다고 하면 부모는 대개 공부 쪽을 떠올립니다. 숙제가 많아서 힘든가, 쓰기가 어려운가, 발표가 부담스러운가, 단어가 많아서 지치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저녁마다 숙제를 보고, 리딩북을 읽고, 워크북을 풀고, 스피킹 연습을 하는 모습을 옆에서 봐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나왔습니다.

    수업 중에는 말하고 싶어도 조용히 해야 하고, 조용히 하지 않으면 포인트가 깎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른이 듣기에는 작은 일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포인트는 생각보다 큽니다.

    칭찬 스티커 하나에도 하루 기분이 좋아지고, 마이너스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유치원 아이들에게는 그런 작은 표시가 꽤 크게 남습니다.

    조용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는 건 당연합니다. 수업이 진행되려면 선생님 말을 들어야 하고, 친구들이 말할 차례도 기다려야 합니다.

    아이들이 계속 떠들면 수업이 흐트러지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영어유치원이나 선생님을 탓하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아이의 대답을 듣고 나니, 부모가 놓치기 쉬운 마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한 건 영어 자체보다 말하고 싶은 걸 참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는 배운 걸 말하고 싶어 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는 단어가 나오면 말하고 싶고, 책에서 본 표현이 나오면 써보고 싶고, 선생님이 질문하기 전에 이미 대답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친구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집에서 있었던 일을 영어로 꺼내보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수업 시간에는 기다려야 합니다. 차례가 올 때까지 참아야 합니다. 말하고 싶은 마음보다 조용히 있어야 하는 규칙이 앞에 옵니다.

    어른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일곱 살 아이에게는 꽤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배운 걸 말하고 싶은데 참아야 하고, 알고 있는 걸 표현하고 싶은데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집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딸이 뭔가 말하려고 할 때, 저도 가끔 대충 넘긴 적이 있습니다.

    “알겠어.” “잠시만.” “그건 아빠도 알아.”

    어른인 제 기준에서는 이미 아는 내용이었습니다. 책에서 본 동물 이름, 유치원에서 배운 표현, 친구와 있었던 작은 이야기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게 오늘 배운 새 이야기였을 수 있습니다. 오늘 꼭 말하고 싶었던 자랑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걸 자꾸 어른 기준으로만 본 것 같습니다.

    부모가 아는 내용이라고 넘긴 말이 아이에게는 오늘 배운 가장 큰 자랑일 수 있습니다.

    숙제표보다 아이의 대답을 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영어유치원에서 아이가 힘든 건 숙제 양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말하고 싶은데 기다려야 하는 일, 아는 걸 자랑하고 싶은데 조용히 해야 하는 일, 포인트가 깎일까 봐 신경 쓰는 일도 아이에게는 힘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숙제표를 먼저 봅니다. 리딩북 권수를 보고, 워크북 진도를 보고, 단어시험 점수를 봅니다. 물론 이런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하루 동안 어떤 마음으로 지냈는지도 가끔은 물어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조금 더 자주 해보려고 합니다.

    • 오늘 뭐가 제일 힘들었어?
    • 오늘 뭐가 제일 재밌었어?
    • 오늘 제일 말하고 싶었던 건 뭐였어?

    아이의 대답이 부모 예상과 늘 같지는 않습니다. 숙제가 힘들 줄 알았는데 조용히 하는 게 힘들다고 하고, 공부가 싫은 줄 알았는데 말하고 싶은 걸 참는 게 어렵다고 합니다.

    영어유치원을 보내면서 부모가 챙겨야 할 건 숙제표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이 마음속에 쌓인 말도 가끔 꺼내줘야 합니다.

    아이에게는 별것 아닌 하루가 아닙니다. 오늘 배운 단어 하나, 친구에게 하고 싶었던 말 하나, 선생님에게 대답하고 싶었던 문장 하나가 그 아이에게는 꽤 큰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숙제를 하나 더 확인하기보다, 아이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