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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비행으로 집을 비우는 날에는 장모님이 딸을 봐주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유치원 숙제까지 모두 부탁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식자재영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동안 딸이 숙제를 전부 붙잡고 기다리게 할 수도 없고, 일곱 살 아이에게 알아서 다 해놓으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숙제를 한꺼번에 보지 않고 나눴습니다.
딸이 혼자 해볼 숙제.
아빠가 오면 같이 볼 숙제.
오늘은 일단 접어둘 숙제.
아빠가 오기 전에는 혼자 할 수 있는 것부터 했습니다
제가 퇴근하기 전까지 딸이 해볼 수 있는 숙제는 이미 배운 단어를 다시 보는 것, 어렵지 않은 워크북을 푸는 것, 혼자 읽을 수 있는 리딩북을 펼치는 일이었습니다.
완벽하게 끝내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혼자 읽다가 막히면 표시해두고, 문제를 모르겠으면 비워둬도 됐습니다.
저는 출근하기 전에 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오기 전까지 네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봐. 막히는 건 아빠랑 같이 보자.”
퇴근 후 가방을 열어보면 혼자 끝낸 날도 있었고, 시작만 해둔 날도 있었습니다. 거의 손대지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남은 숙제를 보고 딸이 어디까지 혼자 했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막힌 숙제는 퇴근한 아빠 몫으로 남겨뒀습니다
리딩북을 읽었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부분, 라이팅 문장이 막힌 부분, 문제 자체의 뜻을 모르겠다는 부분은 딸 혼자 오래 붙잡게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집에 오면 딸이 비워둔 문제와 표시해둔 문장을 같이 봤습니다. 처음부터 숙제를 다시 검사하기보다 혼자 하다가 멈춘 곳부터 이어갔습니다.
이렇게 나누니 제가 없는 시간까지 영어유치원 숙제 때문에 붙잡아둘 필요가 없었습니다. 딸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분과 아빠를 기다릴 부분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한 양은 날마다 달랐습니다. 어떤 날에는 워크북을 꽤 많이 풀어뒀고, 어떤 날에는 리딩북 한 권만 꺼내놨습니다. 결과가 들쭉날쭉해도 괜찮았습니다. 제가 보고 싶었던 것은 전부 끝낸 숙제가 아니라, 딸이 어디까지 혼자 해봤는지였습니다.
오늘 접어둘 숙제는 저녁에 결정했습니다
제가 퇴근했다고 해서 남은 숙제를 모두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피곤해 보이는 날도 있었고, 한 문제에서 예상보다 오래 막히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남은 숙제 중 무엇을 계속하고 무엇을 접을지 제가 옆에서 결정했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숙제를 해뒀다는 이유로 모든 숙제를 끝내야 한다고 몰아가지는 않았습니다.
딸이 자기 몫을 해둔 날에는 간식을 고르게 하거나, 쉬는 시간에 같이 하고 싶은 놀이를 정하기도 했습니다. 숙제를 끝낸 대가를 계산하려는 것보다, 제가 없는 동안 혼자 시작해본 일을 알아줬다는 표시였습니다.
우리 집에서 영어유치원 숙제를 나눈 기준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할 수 있으면 먼저 해보기.
막히면 표시하고 아빠 기다리기.
아빠가 와도 힘들면 그날은 접기.
이 방식이 모든 집에 맞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내가 비행으로 집을 비우고, 제가 퇴근할 때까지 장모님이 딸을 봐주시는 우리 집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방법입니다.
저는 이제 퇴근 후 숙제장을 펼쳤을 때 얼마나 많이 끝냈는지만 보지 않습니다. 딸이 혼자 해본 곳과 아빠를 기다리며 남겨둔 곳부터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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