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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복 카디건 하나가 우리 집 가방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딸아이 것은 아니었습니다. 목 안쪽 라벨에 친구 이름이 적혀 있었고, 딸아이는 보자마자 그 이름을 바로 불렀습니다.
“아, 이거 친구 거야.”
너무 빨랐습니다. 같은 반 친구라서 이름을 아는 건 당연한데, 그 이름이 아이 입에서 너무 쉽게 지나갔습니다. 저는 카디건을 바로 접지 못했습니다.
라벨에는 영어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딸아이는 손끝으로 라벨을 잡아당겨 한 번 더 봤습니다. 저는 그 옆에서 잠깐 늦었습니다. 이 이름을 이렇게 부르는 게 맞는지, 교실에서는 어떻게 들리는지, 친구는 자기 이름을 어떤 소리로 듣고 있는지. 그런 생각이 라벨 앞에서 잠깐 걸렸습니다.
친구 이름을 틀렸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었습니다. 발음을 검사하려는 것도 아니었고요. 다만 이름은 단어처럼 빨리 맞히고 지나갈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방을 정리하다가 물었습니다.
“그 친구도 자기 이름 이렇게 부르는 걸 좋아해?”
딸아이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라벨을 다시 봤습니다. 방금 전까지는 아는 이름이었는데, 갑자기 한 번 더 확인해야 하는 이름이 된 듯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발음 문제인줄 알았습니다. 영어 이름이니까 더 정확하게 말해야 하나, 원어민 선생님처럼 굴려야 하나. 그런데 카디건을 손에 들고 보니 그쪽보다 다른 쪽이 더 신경 쓰였습니다.
친구 이름을 빨리 맞히는 일.
그리고 친구에게 직접 다시 듣는 일.
둘은 조금 달랐습니다.
길게 말하면 잔소리가 됩니다. 카디건 하나 들고 이름을 대하는 태도까지 설명하기 시작하면, 아이는 금방 지루해합니다. 그래서 문장 하나만 줬습니다.
“내일 돌려줄 때 물어봐. 이렇게 부르는 게 맞는지.”
딸아이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냥 이렇게. How do you say your name?”
아이 입에서 문장이 천천히 나왔습니다.
“How do you say your name?”
전날 라벨을 보자마자 이름을 말하던 속도와 달랐습니다. 말이 조금 느렸는데 저는 그 속도가 더 나아 보였습니다. 이름을 외워 맞히는 느낌보다, 친구에게 다시 들으러 가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주는 일은 생각보다 아이 관계 안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학생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는 일이 학교생활과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교육 자료도 있습니다. 참고로만 읽었습니다. 아이에게 그 내용을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NEA)
다음날 아침.
카디건은 유치원 가방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딸아이는 양말을 신다가 그걸 한 번 봤습니다. 저는 친구 이름을 다시 크게 말해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카디건을 가방 안에 넣어주며 물었습니다.
“친구 만나면 뭐라고 물어볼 거야?”
작은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How do you say your name?”
발음은 매끄럽지 않았지만 고쳐주지 않았습니다. 그 문장은 아빠에게 검사받는 영어가 아니었습니다. 친구 물건을 돌려주며 친구에게 건넬 말이었습니다.
그날 하원 뒤에 물었습니다.
“카디건 줬어?”
“응.”
“이름도 물어봤어?”
딸아이는 신발을 벗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친구가 자기 이름은 이렇게 말해야 한대.”
그리고 친구 이름을 다시 말했습니다.
전날 밤 라벨을 보고 바로 말하던 소리와는 달랐습니다. 한 음절씩 조금 더 천천히 나왔습니다. 얼마나 정확한 발음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그 이름을 말하기 전에 아이 입이 아주 잠깐 멈췄습니다.
카디건은 친구에게 돌아갔습니다.
딸아이는 집에 와서 그 이름을 한 번 더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천천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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