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가방에서 생일 초대장이 나오는 날이 있습니다. 반가운 한편, 하필 그날 다른 일정이 있으면 난감해집니다. 못 가는 걸 아이가 친구에게 영어로 어떻게 전하게 할지, 저도 한참 고민했습니다.
우리 집은 아내가 승무원이라 집에 오는 날이 들쭉날쭉합니다. 초대장에 적힌 날이 마침 아내가 며칠 만에 돌아오는 날이었습니다. 딸은 그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친구 생일까지 겹쳐서, 못 가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기까지 아이도 저도 며칠이 걸렸습니다. 그날 아이에게 시킨 말을 정리해 둡니다.
RSVP가 뭔지부터
초대장 아래쪽 작은 글자에 RSVP가 적혀 있습니다. 참석할지 알려달라는 뜻입니다. Cambridge Dictionary도 초대받은 사람이 참석 여부를 답해 달라는 표현으로 설명합니다. 날짜와 장소를 확인하고, 회신 기한이나 연락처가 적혀 있으면 함께 살펴봅니다.
아이에게는 "친구가 지금 네 대답을 기다리고 있어"라고만 말해도 충분했습니다.
갈 때와 못 갈 때, 이렇게 시켰습니다
표현은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두 경우 다 짧은 한두 문장이면 됩니다.
갈 수 있을 때:
- "Thank you for inviting me!" (초대해줘서 고마워!)
- "Yes, I'll come." (응, 나 갈게.)
- 파티 당일에는 "Happy birthday!" 한마디.
못 갈 때:
- "Thank you for inviting me." (초대해줘서 고마워.)
- "Sorry, I can't come." (미안, 나 못 가.)
순서가 핵심입니다
제가 제일 신경 쓴 건 말의 순서였습니다. 못 갈 때 "못 가"부터 꺼내면 아이에게 초대장은 실망부터 묻은 종이가 됩니다. 그래서 늘 고마움을 먼저, 거절은 나중에 두게 했습니다. "Thank you for inviting me." 다음에 "Sorry, I can't come." 고마움이 앞에 오면 뒤에 붙는 거절이 훨씬 덜 차갑게 들립니다. 어른의 거절 예절과 똑같습니다.
막상 어려운 건 단어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시켜 보니 아이가 막힌 건 발음이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 문장 "Sorry, I can't come"에서 표정이 굳었습니다. 못 간다는 말 자체가 싫었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발음을 고치는 대신 "친구 마음은 네가 이미 받은 거야"라는 걸 먼저 짚어줬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이가 친구에게 실제로 건넨 말은 짧았습니다. “Thank you.” 그거 하나였습니다. 외워둔 문장을 다 쓰지도 않았습니다. 고마움을 표현했다는 점은 반가웠습니다. 다만 이 말만으로는 참석하는지, 못 가는지가 전달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친구에게 감사를 전하는 것과 보호자가 참석 여부를 회신하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다음 초대장이 오면
- 날짜·장소·회신 기한과 연락처를 부모가 확인합니다.
- 아이는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현해볼 수 있습니다.
- 못 간다면 보호자가 초대한 쪽에 불참 의사를 분명하게 전합니다.
보호자가 보낼 수 있는 짧은 답장 예시입니다. 실제로 그날 보낸 문장을 옮긴 것은 아닙니다.
“Thank you for inviting us. Unfortunately, we can’t make it. We hope you have a wonderful birthday!”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하지만, 즐거운 생일 보내길 바랍니다.
초대장은 영어 단어를 읽는 종이가 아니라, 친구에게 답을 돌려주는 첫 연습이었습니다. 그날 아이가 한 일은 문장 두 개를 외운 게 아니라, 친구 마음에 짧게 답을 건넨 것이었습니다.
'영어유치원 현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이 영어 듣기, 시끄러운 하원 로비에서 잘 안 들릴 때 (1) | 2026.06.01 |
|---|---|
| 영어유치원 친구 이름 발음, 아이에게 물어보게 한 이유 (1) | 2026.06.01 |
| 영어유치원 단톡방 숙제사진, 딸은 아직 가방 지퍼를 잡고 있었다 (0) | 2026.05.31 |
| 영어유치원 상담에서 원비보다 오래 남은 아이의 반응 (1) | 2026.05.26 |
| 가장 쉬운 영어책을 나는 숙제로 만들고 있었다 (0) | 2026.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