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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유치원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나는 상담사 설명을 거의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원비는 얼마인지, 교재비는 따로인지, 차량비는 어떻게 되는지 계속 듣고 계산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딸은 상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상담실 한쪽에 있던 블록을 가지고 혼자 이것저것 만들고 있었다.
한참 설명을 듣다가 딸 쪽을 봤는데 자기가 만든 것을 버스정류장이라고 영어로 표현하고 있었다.
누가 영어로 말해보라고 시킨 것도 아니었다. 상담사가 질문한 것도 아니고 내가 영어를 해보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원비를 계산하고 있었고, 딸은 그냥 놀고 있었다.
영어유치원에 다닐 사람은 딸인데 나는 어른만 보고 있었다
영어유치원 상담을 가면 확인할 게 정말 많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수업은 어떻게 하는지, 원어민 수업은 얼마나 있는지, 숙제는 많은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하나라도 더 들어보려고 했다.
당연히 부모가 확인해야 할 내용이다. 지금 다시 가도 나는 물어볼 것 같다.
그런데 상담을 받고 나온 뒤 이상하게 내 머리에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상담사가 해준 설명이 아니었다.
구석에 앉아서 블록을 만지던 딸의 모습이었다.
영어유치원에 실제로 다닐 사람은 딸인데 나는 상담하는 어른만 계속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영어가 어떻게 붙는지 잠깐 보였다
나는 당시 영어유치원을 알아보면서 아이가 앞으로 영어를 얼마나 잘하게 될지를 많이 생각했다.
어느 정도 읽게 될까. 말은 얼마나 할까. 영어책은 언제쯤 혼자 읽을까.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을 안 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상담실에서 내가 본 것은 그런 결과가 아니었다.
아이는 그냥 놀다가 자기가 만든 것에 영어를 붙였다.
그걸 보고 영어를 잘한다거나 이 영어유치원이 좋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영어와 아이가 실제로 쓰는 영어가 조금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나는 영어를 자꾸 수업과 교재와 결과로 보고 있었는데, 아이에게는 놀다가 툭 나오는 말일 수도 있었다.
차에서도 상담 내용보다 자기가 만든 것을 이야기했다
상담을 마치고 차를 타고 가면서 딸과 이야기를 했다.
나는 당연히 수업이나 선생님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아이에게 남아 있던 것은 자기가 블록으로 만든 버스정류장이었다.
부모와 아이가 같은 공간에 있었는데 보고 나온 것이 달랐다.
나는 가격과 수업을 보고 나왔고 딸은 자기가 무엇을 만들고 놀았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 차이가 나에게는 꽤 컸다.
영어유치원 상담에서 질문 하나가 더 생겼다
영어유치원 상담에서 원비나 커리큘럼을 확인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부모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나 역시 이후에도 그런 부분을 계속 확인했다.
상담할 때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는 영어유치원 상담에서 꼭 물어봐야 할 것에 따로 적어두었다.
다만 나는 이 일을 겪고 상담할 때 한 가지를 더 보게 됐다.
상담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만 볼 게 아니라, 그 시간에 내 아이가 그 공간에서 어떻게 있는지도 한번 보는 것이다.
잘 노는지, 불편해하는지, 무엇에 손이 가는지, 그리고 굳이 시키지 않아도 어떤 말이 나오는지.
나는 그때 원비표를 오래 보고 있었다.
지금 다시 그 상담실로 간다면 원비도 보겠지만, 중간에 한 번쯤은 고개를 돌려 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부터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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