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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주차장에서 차 시동을 끄려는 때였다.

    영어유치원 단톡방에 숙제사진이 올라왔다.

    리딩북 몇 권.

    빨간 체크가 찍힌 워크북.

    가지런히 놓인 숙제장.

    사진은 조용했는데 내 머릿속은 바로 바빠졌다.

    우리 아이는 오늘 몇 권 했지.

    워크북은 어디까지 했지.

    발표 준비까지 하면 시간이 되나.

    그때 뒷좌석을 봤다.

    딸은 아직 가방 지퍼를 잡고 있었다.

    숙제장을 꺼낸 것도 아니었고, 오늘 리딩북을 몇 권 읽었다고 말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다른 집 숙제사진 한 장을 보고 우리 집 저녁부터 계산하고 있었다.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없었던 질문이 생겼다

    단톡방에 올라온 건 다른 집에서 찍은 숙제사진이었다.

    그런데 사진을 보자마자 나는 그 집 숙제보다 우리 딸부터 떠올렸다.

    리딩북을 보면서 우리 아이가 오늘 몇 권 했는지 궁금해졌고, 워크북 체크를 보면서 남은 숙제를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뒷좌석을 보며 바로 물었을 것 같다.

    “오늘 리딩북 몇 권 했어?”

    질문만 놓고 보면 이상할 것은 없다.

    그날은 그 질문이 왜 갑자기 떠올랐는지가 걸렸다.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하지 않던 질문이었다.

    딸이 오늘 무엇을 했는지 궁금한 마음도 있었지만, 방금 본 다른 아이의 숙제량과 우리 아이를 맞춰보고 싶은 마음도 섞여 있었다.

    단톡방에는 다른 아이의 숙제가 올라왔는데, 나는 어느새 우리 아이의 권수를 세려고 하고 있었다.

    딸은 그 숙제사진을 보지도 않았다

    휴대폰에는 다른 집 숙제사진이 떠 있었다.

    딸은 뒷좌석에서 가방 지퍼를 잡고 있었다.

    딸은 그 사진을 보지 않았다.

    다른 친구가 리딩북을 몇 권 했는지도 몰랐다.

    아직 우리 집 숙제 이야기가 시작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비교가 시작되고 있었다.

    조금만 그대로 갔으면 그 비교가 “오늘 몇 권 했어?”라는 질문으로 딸에게 갈 뻔했다.

    그래서 그 질문을 바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 뒤로는 단톡방에 숙제사진이 올라와도 그 사진을 바로 아이에게 보내지 않기로 했다.

    다른 집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내가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진 한 장을 보고 갑자기 생긴 내 조급함까지 그대로 아이에게 넘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단톡방을 끈 것이 아니라 내 질문을 한 번 늦췄다

    단톡방 숙제사진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준비물을 확인할 때도 있고, 다른 집에서 챙긴 내용을 참고할 때도 있다.

    나 역시 단톡방을 계속 봤다.

    달라진 것은 사진을 본 직후였다.

    예전에는 다른 집 숙제사진을 보면 곧바로 우리 아이가 얼마나 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제는 그 질문이 원래 내가 하려던 질문인지부터 한 번 생각해보려고 한다.

    딸의 오늘이 궁금해서 묻는 것인지.

    아니면 방금 본 다른 집 사진 때문에 갑자기 묻고 싶은 것인지.

    나에게는 그 둘이 달랐다.

    그날 단톡방에는 다른 아이의 숙제사진이 올라왔다.

    딸은 아직 가방 지퍼를 잡고 있었다.

    딸이 숙제장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속도를 재기 시작한 사람은 나였다.

    그래서 다른 집 숙제사진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집 저녁의 속도까지 바로 바꾸지는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