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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스트를 마치고 나온 딸에게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물었습니다. 점수가 몇 점일 것 같다는 말보다 먼저 나온 건 OMR 카드 이야기였습니다.

    일곱 살 딸에게는 처음 보는 답안지였습니다. 영어 문제를 풀면서 별도의 카드에 답을 표시했고, 그렇게 50문항을 포함한 약 2시간의 시험을 마쳤습니다.

    결과표를 받기 전부터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영어책을 읽는 것과 정해진 방식으로 영어 시험을 치르는 것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7살 아이가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보러 간 날

    시험 날에는 아침까지 푹 재웠습니다

    테스트가 있던 날에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아침까지 푹 자게 한 뒤 오후 4시쯤 영어학원으로 갔습니다.

    시험을 잘 보게 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피곤한 상태로 낯선 시험장에 들어가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생각보다 밝았지만, 저와 아내는 아이보다 더 긴장했습니다.

    점수도 궁금했습니다. 그보다 먼저 든 생각은 따로 있었습니다.

    “두 시간을 앉아서 시험을 볼 수 있을까?”

    딸은 영어유치원에서 영어책을 읽고 워크북과 라이팅 숙제를 해왔습니다. 집에서도 영어를 계속 접했습니다. 하지만 문제지를 받아 정해진 시간 동안 답을 고르는 시험은 평소의 영어 생활과 달랐습니다.

    처음 보는 OMR 카드에 50문항을 표시했습니다

    시험이 끝난 뒤 딸에게 들은 이야기 중 가장 크게 남은 건 OMR 카드였습니다. 문제지에 바로 답을 쓰는 것이 아니라, 고른 답을 별도의 답안지에 맞춰 표시해야 했습니다.

    어른에게는 익숙한 방식이지만 딸에게는 처음이었습니다. 문제를 읽고 답을 고르는 일에 더해 문항 번호와 답안 위치까지 맞춰야 했습니다.

    저는 결과표를 보기 전에 딸이 처음 보는 방식의 시험을 끝냈다는 사실부터 보게 됐습니다. 영어 문제를 얼마나 맞혔는지와 별개로, OMR 카드라는 낯선 도구를 직접 사용해본 날이었습니다.

    스피킹 테스트는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험 결과만으로는 딸이 영어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대화하는지까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번 결과표가 보여주는 범위와 보여주지 못하는 범위가 나뉘어 있었습니다. 시험에서 확인한 부분은 받아들이되, 숫자 하나를 딸의 전체 영어 실력으로 보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라이팅 주제는 아빠의 생일이었습니다

    라이팅 시험에서는 정해진 주제를 받고 글을 썼습니다. 그날 딸이 받은 주제는 아빠의 생일이었습니다.

    딸은 그 주제를 받고 싱글벙글 글을 썼다고 했습니다. 선생님도 기분 좋게 테스트를 치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문법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어떤 표현을 썼는지도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점수보다 그 장면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낯선 시험장에서 아빠에 관한 주제를 만나 자기 이야기를 영어로 적고 있었을 딸의 모습이었습니다.

    평소에 제가 영어책과 숙제를 함께 봐준 시간이 딸의 글에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시험장에서 쓰게 된 주제가 아빠의 생일이었다는 사실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결과표에는 없었던 시험 당일의 기록

    결과표에는 점수와 배정된 반이 적혀 있었습니다. 딸은 7월부터 나이가 더 많은 초등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영어수업을 듣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나이 차이부터 걱정했습니다. 영어 문제를 푸는 것과 새로운 반에서 적응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잘 적응할지는 수업을 시작한 뒤 지켜봐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과표를 지나치게 앞서 해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높은 반에 배정됐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의 결과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시험 한 번으로 딸의 모든 영어를 확인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날 확인한 사실은 단순했습니다.

    딸은 아침까지 푹 자고 오후에 시험장으로 갔습니다. 처음 보는 OMR 카드에 답을 표시했고, 50문항을 포함한 약 2시간의 시험을 마쳤습니다. 라이팅 시간에는 아빠의 생일을 주제로 글을 썼고, 스피킹 시험은 보지 않았습니다.

    점수표만 보면 사라지는 장면들입니다. 하지만 일곱 살 딸의 첫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기억할 때 저는 이 장면들을 먼저 떠올릴 것 같습니다.

    이번 시험은 딸의 영어 전체를 증명한 날이 아니라, 처음 보는 시험 방식을 직접 겪어본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