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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살 아이가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봤다. 부모인 나와 아내는 아이보다 더 궁금했고, 어쩌면 더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결과가 궁금해서가 전부는 아니었다. 7살 아이가 2시간 동안 앉아서 영어 시험을 본다는 것 자체가 우리 가족에게는 꽤 큰 일이었다.
    마침 유아 레벨테스트를 두고 제도도 바뀌었다.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로 불리던 입학 평가를 두고 학원법이 개정됐고, 올해 9월부터는 유아를 수준별로 가르려는 입학시험과 평가가 원칙적으로 막힌다. 우리 아이가 본 이 시험도 그 흐름의 끝자락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부모 입장에서는 여전히 헷갈린다. 아이 영어 실력을 어느 정도 확인해야 하는 순간은 오고, 학원도 아이에게 맞는 수업을 찾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진단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는 특정 학원을 말하려는 글이 아니다. 7살 아이가 영어학원 테스트를 본 날, 부모가 결과표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적어 보려 한다. 내 결론은 분명하다. 점수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아이가 낯선 시험을 끝까지 버텨낸 태도다.

    7살 영어학원 레벨테스트 당일 풍경

    테스트가 있던 날, 아이는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 아침까지 푹 자게 했다. 괜히 피곤한 상태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시험을 잘 보게 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 아이가 너무 지친 상태로 낯선 공간에 들어가는 게 싫었다.
    오후 4시쯤 영어학원에 갔다. 아이는 생각보다 밝았다. 부모 마음은 달랐다. 아이가 잘 볼까보다, 끝까지 앉아 있을 수 있을까가 더 궁금했다. 아직 7살이다. 평소 영어책을 읽고, 영어유치원 생활을 하고, 집에서도 영어를 접한다고 해도 시험장은 또 다른 공간이다.
    영어를 아는 것과 시험을 보는 것은 다르다. 아이가 평소에 영어책을 잘 읽어도, 문제지를 보고 답을 고르고 정해진 방식으로 표시하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다. 부모가 놓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여기다. 레벨테스트는 영어 실력만 보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가 낯선 규칙을 얼마나 받아들이는지도 같이 드러나는 시간이다.

    처음 해 본 OMR 50문항과 2시간 영어 시험

    테스트가 끝나고 아이에게 들은 말 중 가장 크게 남은 건 OMR 카드였다. 7살 아이가 생전 처음으로 OMR 카드에 50문제를 마킹했다. 어른에게는 당연한 시험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문제를 푸는 것만큼이나 답안지에 표시하는 과정 자체가 큰 경험이다.
    듣고, 읽고, 답을 고르고, 답안지에 맞춰 표시하는 일. 이 과정은 단순히 영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집중력도 필요하고, 손의 정확도도 필요하고, 문제 순서를 놓치지 않는 힘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결과표를 보기 전에 그 생각부터 들었다. 아이가 이걸 끝까지 했구나.
    스피킹 테스트는 따로 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 부분도 부모가 알아야 한다. 레벨테스트 하나가 아이의 영어 전체를 다 보여 주지는 않는다. 리스닝과 리딩, 라이팅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어도, 아이가 실제 상황에서 영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말하는지는 다른 장면에서 봐야 한다.
    부모는 결과표를 받으면 숫자를 먼저 보게 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그 숫자가 아이 영어의 전부는 아니다. 테스트는 특정한 날, 특정한 컨디션, 특정한 방식으로 본 하나의 장면이다. 아이의 영어는 책을 읽는 시간, 영상을 듣는 시간,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쓰는 시간 속에서 더 길게 드러난다.

    라이팅 주제 아빠 생일, 점수보다 남은 장면

    라이팅 시험도 있었다. 주제를 정해 주고 글을 쓰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주제가 아빠의 생일이었다. 나는 아이 영어를 옆에서 계속 봐 온 아빠다. 평소에도 책을 같이 보고, 문장을 같이 보고, 아이가 영어를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이게 하려고 여러 번 부딪혀 왔다.
    아이는 그 주제를 받고 싱글벙글 글을 썼다고 했다. 선생님도 그렇게 기분 좋게 테스트를 치는 아이는 보기 드물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점수보다 그 장면이 더 크게 남았다.
    아이가 잘 썼는지, 문법이 맞았는지, 몇 점을 받았는지도 당연히 궁금하다. 부모니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날 내 마음에 남은 건 아이가 자기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는 점이다. 아빠에 대한 주제를 받고 기분 좋게 썼다는 것. 시험장에서도 완전히 굳지 않았다는 것. 마지막까지 자기 방식으로 해냈다는 것.
    결과표에는 레벨과 점수가 적혀 있었다. 7월부터는 초등학생 언니들과 같은 공간에서 영어수업을 듣게 된다고 했다. 처음 듣고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나이 차이가 있는데 괜찮을까. 언니들 사이에서 위축되지는 않을까. 영어 실력보다 분위기 적응이 더 큰 숙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르게 보려고 한다. 이것도 아이가 조금 일찍 겪는 사회생활일 수 있다. 같은 나이 친구들만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 조금 더 큰 아이들과 수업을 듣는 경험. 그 안에서 아이가 자기 자리를 찾는 것도 성장이다.

    결과표를 받은 부모가 봐야 할 아이의 태도

    유아 레벨테스트를 두고 제도가 바뀌면서 부모들 마음도 복잡해졌다. 9월부터 유아 대상 입학·수준별 평가가 막히는데, 한쪽에서는 아이를 시험으로 줄 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 수준에 맞는 수업을 찾으려면 진단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둘 다 이해된다.
    다만 분명한 건 있다. 부모가 결과표를 받아 든 뒤 아이를 몰아붙이면 안 된다. 몇 개 틀렸는지, 왜 이걸 못 했는지, 앞으로 더 해야겠다는 말이 먼저 나오면 아이에게 테스트는 무서운 기억으로 남는다. 특히 7살 아이에게는 시험 결과보다 시험을 치른 감정이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내가 오늘 아이를 보며 느낀 기준은 네 가지다.
    첫째, 아이가 낯선 자리에서 끝까지 앉아 있었는지 봐야 한다.
    둘째,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포기하지 않았는지 봐야 한다.
    셋째, 자기 이야기를 영어로 꺼내 보려고 했는지 봐야 한다.
    넷째, 테스트가 끝난 뒤 영어가 더 싫어지지 않았는지 봐야 한다.
    이 네 가지는 점수표에 정확히 찍히지 않는다. 하지만 유아 영어에서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 영어를 오래 끌고 가는 아이는 단순히 문제를 잘 맞히는 아이만은 아니다. 낯선 상황에서도 버티고, 틀려도 다시 해 보고,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쓰려고 하는 아이가 오래 간다.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준비한다고 해서 7살 아이에게 시험 기술부터 가르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집에서 쌓아야 할 것은 영어 체력이다. 영어책을 읽는 힘, 영어 소리를 듣는 힘, 짧게라도 자기 생각을 말하는 힘, 그리고 글로 표현해 보는 힘이다. 결국 멀리 가는 아이는 잘 읽는 아이라는 걸, 나는 시험장 밖에서 더 자주 확인한다.
    오늘 아이가 시험을 보고 나오자 갑자기 조금 커 보였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침까지 푹 재워 컨디션을 맞춰 보낸 아이가, 2시간 동안 영어 시험을 치르고, 처음 보는 OMR 카드까지 마킹하고, 자기 이야기를 글로 쓰고 나왔다. 결과가 전부는 아니었다. 그 하루 자체가 아이에게는 큰 경험이었다.
    부모는 아이의 레벨테스트 결과를 봐야 한다. 부족한 부분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 아이가 그 과정을 어떤 얼굴로 통과했는지, 끝까지 해냈는지, 그리고 다음 영어 시간을 다시 받아들일 힘이 남아 있는지다.
    7살 영어학원 레벨테스트 후기를 남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점수표는 하루의 기록이고, 아이의 태도는 앞으로의 방향이다. 부모가 점수보다 태도를 먼저 봐 주면, 아이의 영어는 시험 하나에 흔들리지 않고 조금 더 길게 갈 수 있다.

    ※ 이 글은 7살 아이의 영어학원 테스트 경험을 바탕으로 쓴 부모 기록입니다. 학원별 테스트 방식과 반 배정 기준은 다를 수 있으며, 유아 대상 레벨테스트는 학원법 개정으로 9월부터 제한되지만 세부 기준은 시행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 등록 전에는 해당 학원과 공식 안내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