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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표 영어교육이라고 하면 괜히 부담이 먼저 생깁니다. 아빠가 영어를 잘해야 할 것 같고, 발음도 좋아야 할 것 같고, 아이가 물어보면 문법 설명도 바로 해줄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아빠가 영어를 잘하면 좋습니다. 아이가 모르는 단어를 물어봤을 때 바로 알려줄 수 있고, 문장을 읽다가 막혔을 때 설명해줄 수도 있습니다.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까지 해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아빠가 영어를 완벽하게 잘해야만 아이 영어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어디에서 막히고 있는지, 어떤 흐름으로 공부하고 있는지를 아빠가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조금 특수한 상황도 있습니다. 아내가 승무원이라 집을 비우는 날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숙제와 공부를 제가 챙겨야 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거창하게 아빠표 영어교육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상황상 제가 해야 했고, 하다 보니 점점 알게 된 것들이 있었습니다.
책과도 멀었던 제가 밤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게 된 과정은 ‘책 안 읽던 아빠가 밤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습니다’에 따로 남겼습니다.
현재 제 딸은 7살입니다.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있고, 집에서도 영어책 읽기와 숙제, 단어, 라이팅, 스피킹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영어를 한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막상 아이가 보는 책이나 숙제 수준을 보면 저도 놀랄 때가 있습니다.
유치원생이라고 해서 쉬운 수준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유치원 아이들이 보는 리딩책, 워크북, 라이팅 과제를 보면 부모도 어느 정도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아이가 막혔을 때 옆에서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아빠가 영어 선생님일 필요는 없습니다
아빠가 꼭 영어 선생님처럼 모든 것을 설명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배우는 모든 문법을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유치원에서 어떤 패턴을 배우는지, 학원에서 어떤 책을 보는지, 숙제는 어떤 방식으로 나오는지 정도는 부모가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집에 와서 숙제를 펼쳤을 때, 적어도 무엇을 해야 하는 숙제인지는 아빠가 알아야 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돌아오면 밥도 먹어야 하고, 쉬어야 하고, 씻어야 하고, 잠도 자야 합니다. 그 짧은 시간 안에서 숙제까지 해야 하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가 무엇을 배우는지 전혀 모르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아이가 어디서 막혔는지도 모르고, 어떤 부분을 도와줘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아이는 혼자 끙끙대고, 부모는 옆에서 답답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빠표 영어교육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영어 실력보다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단어를 외우는지, 어떤 문장을 쓰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답만 알려주는 아빠가 되면 안 됩니다
아이 숙제를 봐주다 보면 부모도 급해집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이미 늦은 시간이고, 아이는 피곤해하고, 해야 할 숙제는 남아 있습니다. 그럴 때 아이가 묻습니다.
“아빠, 이거 뭐야?”
그 순간 답을 바로 알려주고 싶어집니다. 이건 C, 이건 A, 이 문장은 이렇게 쓰면 된다고 말해주면 시간은 줄어듭니다. 숙제는 빨리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정말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만 알려주면 아이는 동그라미를 칠 수 있습니다. 빈칸을 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왜 그 답이 되는지 생각하는 시간은 사라집니다.
답만 알려주는 아빠는 시간을 줄이는 것 같지만,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가 답을 아예 몰라도 곤란합니다. 답지를 보고라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답을 알고 있다고 해서 바로 말해주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아이와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문장을 어디까지 읽었는지, 왜 이 답이 될 수 있는지 같이 봐야 합니다. 아이가 막힌 부분을 같이 찾아야 합니다.
마지막에 답을 맞추더라도 그 과정이 있어야 아이에게 남습니다. 아이가 혼자 생각해보고, 틀려보고, 다시 고쳐보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 시간이 쌓여야 영어가 아이 것이 됩니다.
부모가 공부를 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처럼 엄마든 아빠든 혼자서 아이 교육을 챙겨야 하는 가정도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한 사람이 일을 더 많이 하고, 다른 한 사람이 아이 공부와 생활을 더 많이 챙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집이든 사정은 다릅니다.
그런데 부모가 학창 시절 공부에 자신이 없었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아주 잘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수학을 잘하지 못했어도 괜찮습니다. 부모가 모든 과목을 잘해야만 아이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아이가 영어를 제대로 이어가길 바란다면 최소한의 관심은 필요합니다. 아이가 어떤 책을 보는지, 어떤 패턴을 배우는지, 숙제는 어떤 방식으로 나오는지, 답은 왜 그렇게 되는지 정도는 부모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막혔을 때 같이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아이와 대화가 됩니다. 그래야 답만 알려주고 끝내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생각하는 시간을 옆에서 지켜주는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아빠, 이거 뭐야?”라고 물었을 때 답만 알려주고 숙제를 끝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숙제장을 다 채웠다고 공부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왜 그 답이 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부모가 영어를 완벽하게 잘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아이와 같이 앉아서 고민할 준비는 해야 합니다. 답지를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모르는 단어를 같이 찾아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의 공부에서 완전히 빠져 있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영어를 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부모도 최소한의 흐름은 준비해야 합니다. 아이가 어떤 공부를 하는지 모르고, 답만 알려주고, 숙제만 끝냈다고 생각하면 아이에게 남는 것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아빠표 영어교육은 대단한 영어 실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 옆에 앉아 있는 시간, 아이가 막히는 부분을 같이 보는 시간, 답만 던져주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시간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아빠는 아이가 막히는 지점을 봐야 합니다
아빠가 영어를 아주 잘하지 못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디서 막히는지 보는 일입니다.
아이가 단어를 몰라서 멈추는지, 문장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서 멈추는지, 문제를 읽기는 했지만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멈추는지 봐야 합니다. 읽기는 하는데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있고, 말은 잘하는데 쓰기에서 막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를 많이 틀렸을 때 단어·지시어·개념 중 어디에서 막혔는지 나눠 본 과정은 ‘영어유치원 문제 많이 틀리는 아이, 영어가 부족한 걸까’에 정리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학원 선생님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매일 옆에서 숙제를 보는 부모가 더 빨리 느낄 때도 있습니다.
아이와 같이 앉아 있으면 보입니다. 오늘은 단어에서 막혔는지, 쓰기에서 오래 걸렸는지, 읽기는 했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조금씩 보입니다.
그걸 알아야 대화가 됩니다. “왜 못해?”가 아니라 “여기가 어려웠구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거 빨리 해”가 아니라 “이 단어부터 같이 보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빠표 영어교육은 거창한 수업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막히는 지점을 보고, 그 부분을 같이 풀어가는 시간입니다.
몇 년을 버티고 나서 알게 된 것
아이 영어를 챙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하루 이틀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하는 것은 다릅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아이 옆에 앉아 숙제를 보고, 책을 같이 보고, 답답한 순간을 넘기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저도 좋은 아빠처럼만 해온 것은 아닙니다. 급할 때도 있었고, 답답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모르는 부분 앞에서 오래 멈춰 있으면 마음이 조급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하루하루 같이 앉았습니다. 아이가 무엇을 배우는지 보려고 했고, 어디서 막히는지 보려고 했습니다. 답을 바로 알려주기보다 같이 생각해보려고 했습니다.
영어유치원 졸업이 가까워질 때쯤, 아내와 아이 교육 이야기를 하다가 “정말 고생 많았다”는 말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그동안 아이 옆에서 숙제를 봐주고, 같이 고민하고, 늦은 밤까지 버텼던 장면들이 지나갔습니다. 내가 잘한 것인지 부족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아이 옆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빠표 영어교육은 아빠가 영어를 완벽하게 가르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놓지 않도록 옆에 앉아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이가 막혔을 때 같이 버텨주는 일이었습니다.
아빠가 영어를 잘하면 당연히 좋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영어를 아주 잘해야만 아이 영어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무엇을 배우는지 알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디서 막히는지 보는 것입니다. 답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생각하는 시간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특히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아빠라면 더더욱 아이 공부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치원과 학원에만 맡겨두고 숙제는 전혀 모른 채 지나가기에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중요합니다.
아빠가 모든 것을 가르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와 대화할 수 있고, 막히는 부분을 같이 볼 수 있고, 필요한 순간에 방향을 잡아줄 수 있습니다.
아빠표 영어교육은 아빠가 영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영어를 계속 만나는 시간을 함께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아이에게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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