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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 영어책을 옆에서 같이 보다가 제가 먼저 막혔습니다.

    아이 책인데 몇 번을 읽어도 무슨 상황인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아빠니까 어떻게든 설명해주려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날은 저도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딸과 관련 영상을 같이 찾아봤습니다.

    영상을 보다가 제가 먼저 이해했습니다.

    “아, 이런 거였어?”

    그러자 딸이 저를 보면서 물었습니다.

    “아빠도 책만 봤을 때는 몰랐어? 영상 보니까 이제 알겠어?”

    웃으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영어책을 설명해주려고 옆에 앉은 아빠가 오히려 먼저 도움을 받은 날이었습니다.

    아빠니까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딸과 영어책을 읽을 때 저는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쪽에 앉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설명해주고, 문장이 어렵다고 하면 다시 읽어보고, 그림을 보면서 무슨 상황인지 이야기합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아빠는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날 책은 저도 어려웠습니다.

    문장을 읽을 수는 있었는데 정확히 어떤 장면을 말하는 것인지 한 번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읽어보라고 하기도 애매했습니다.

    저부터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둘이 같이 모를 때는 같이 찾아봤습니다

    그날은 제가 설명을 만들어내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상태로 딸과 같이 관련 영상을 봤습니다.

    화면으로 상황을 보고 나니 책에서 왜 그런 표현이 나왔는지 그제야 연결됐습니다.

    그날만큼은 딸도 저도 같은 자리에서 같이 확인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영어를 잘 가르쳐준 순간보다, 아빠도 모르는 게 있다는 걸 딸 앞에서 그냥 인정한 순간이었습니다.

    영상을 보고 다시 책으로 돌아왔습니다

    영상을 본 뒤 책을 덮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그 페이지를 봤습니다.

    아까는 잘 잡히지 않던 상황이 이제는 조금 보였습니다.

    그날 영상이 도움이 된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영어책마다 영상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날 우리 둘에게는 책만 봐서는 잡히지 않던 장면을 한번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확인한 뒤에는 다시 책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은 딸이 아니라 제가 먼저 몰랐습니다

    아이 영어를 옆에서 보다 보면 부모도 자꾸 아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반대였습니다.

    딸이 아니라 제가 먼저 몰랐습니다.

    같이 찾아봤고, 같이 이해했고, 다시 책으로 돌아왔습니다.

    딸 영어책을 설명해주려고 앉았다가 아빠도 모르면 같이 찾아보면 된다는 걸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