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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바구니를 바닥에 엎어놓고 딸과 양말을 나누던 평범한 저녁이었습니다. 책도, 패드도, "이거 영어로 뭐게?" 같은 퀴즈도 없었어요.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짝을 맞추는 중이었습니다. 딸이 분홍 양말 한 짝을 들고 짝을 찾다가, 옆에 파란 줄무늬 양말을 놓더니 작게 물었습니다. "Different sock?" 색이 다르니 아이 눈엔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한국말 '다른'이 영어에선 한 단어로 안 끝난다는 게 새삼 보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하던 일은 색을 고르는 게 아니었습니다. 짝을 맞추는 일이었죠. 그래서 분홍 양말의 진짜 짝을 찾아 옆에 놓고 짧게 말해줬어요. "This is the other sock." 딸은 두 짝을 나란히 두고 보더니, 같은 색에 같은 무늬인 걸 확인하고 "pair"라고 했습니다. 한국어로는 둘 다 그냥 '다른 양말'처럼 들리지만, 영어에서는 자리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different는 '색이 안 같다'는 아이가 눈으로 본 차이였고, the other는 '한 짝의 나머지 한 짝'이라는, 지금 우리가 진짜 찾던 말이었으니까요.
조금 뒤 양말 더미에서 같은 분홍 양말이 한 짝 더 나왔습니다. 딸은 그것도 "different"라고 했어요. 이번엔 different보다 'another'에 가까웠습니다. 같은 종류의 양말이 하나 더 나온 거니까요. "Oh, another pink one." 그렇게 분홍이 세 짝이 됐고, 짝 없는 한 짝은 옆으로 따로 빼둬야 했습니다. 그건 또 'separate'였어요. "This one goes separately." 같은 '다르다' 한마디 안에 different, the other, another, separate가 다 섞여 있었던 겁니다.
나중에 정리해 보니 이렇더군요. 두 양말이 안 닮았으면 different, 한 짝의 나머지 짝이면 the other, 같은 종류가 더 나오면 another, 한쪽으로 빼두면 separate. 한국말로는 '다른 거', '또 있네', '따로 둬'로 뭉뚱그려지는 걸 영어는 굳이 네 갈래로 나눠 씁니다. 딸이 헷갈린 게 당연했어요.
재미있는 건, 이 단어들을 책상에서 가르치려 했으면 딸은 십중팔구 지루해했을 거란 점입니다. 그런데 양말을 손에 쥐고 직접 나누는 중이라, 단어가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딱 붙었어요. different는 눈으로 본 차이였고, the other는 손에 든 짝이었고, separate는 옆으로 치운 한 짝이었습니다. 어떤 영어가 필요한지는 지금 손으로 뭘 하고 있느냐에 따라 갈렸고, 단어 뜻을 외웠다기보다 손이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그날 딸이 그 단어들을 다 외운 건 아닙니다. 며칠 뒤 또 양말을 나누는데, different는 여전히 헷갈려 하면서도 짝을 찾으면 "the other one"이 먼저 나왔습니다. 책상에서 외운 말보다 손으로 직접 맞춰본 말이 더 오래 남는 모양이었습니다. 분홍 양말 두 짝을 딱 붙여 놓더니, 딸은 "pair" 하고는 다음 양말 더미로 손을 뻗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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