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아내는 승무원입니다. 비행을 나가면 며칠씩 집을 비우고, 그동안 아이를 씻기고 재우고 챙기는 일은 대부분 제 몫이 됩니다. 밤에 아이 곁을 지키는 사람도 저입니다. 그런 제가 매일 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를 시작한 날
솔직히 저는 어릴 때부터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글자를 못 읽은 것은 아니지만, 책을 붙들고 앉아 있는 일이 늘 어려웠습니다. 아내는 책을 참 많이 읽는 사람인데, 저는 그 반대였습니다.
그래도 어릴 때 책이 중요하다는 말은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모르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정작 저는 그렇게 자라지 못했으면서, 아이에게만은 그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잘 읽지도 못하는 제가, 매일 밤 아이 앞에서 책을 폈습니다.
피곤한 밤, 아이의 집중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를 보고 나면 저녁에는 저도 지쳐 있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펴면 아이가 너무 잘 들었습니다. 그 나이의 아이가 어떻게 저렇게까지 집중하나 싶을 만큼, 눈이 책에 붙어 있었습니다.
한번은 읽어주다가 잠깐 휴대폰을 확인하느라 소리가 멈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제 팔을 잡아당기며 계속 읽어 달라고 했습니다. 아직 글자도 제대로 못 읽던 아이였습니다. 그림을 보고, 제 목소리를 따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있었던 겁니다. 그 손짓 앞에서는 아무리 피곤해도 책을 덮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계처럼 읽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읽어줄 때 한 가지는 지키려 했습니다. 그냥 글자를 쭉 읽어 내려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AI가 문장을 매끈하게 읽어주듯 넘기면, 소리는 나지만 이야기는 남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목소리를 낮췄다 높였다 하고, 인물이 되어 연기하듯 읽었습니다. 아이 책은 쉽고 짧아서, 읽다 보면 저도 재미있었습니다.
제 목소리는 조금 저음입니다. 엄마 목소리와는 결이 달라서, 아이가 그래서 더 귀를 기울였나 싶기도 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렇게 읽어준 밤이 매일매일 쌓였습니다. 특별한 교재도, 대단한 방법도 없었습니다. 그저 피곤한 아빠의 목소리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이 옆에 있었을 뿐입니다.
우리 아이는 특히 울보입니다. 슬픈 장면을 목소리에 담아 읽어주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훌쩍이는 그 모습을 보면 저는 가슴이 철렁하면서도,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이 어린것이 이야기의 분위기를 알아채고 슬픔이라는 감정까지 느낀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제가 그냥 글자만 읽어 넘겼다면 결코 나오지 않았을 눈물이었습니다.
저는 독서 교육에 관한 논문을 찾아본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돌이켜보면, 부모가 곁에서 읽어주는 그 목소리가 아이 독서의 진짜 시작이었다고 믿습니다. 아이는 글을 읽기 훨씬 전에, 이야기를 좋아하는 마음부터 배웠습니다. 읽는 즐거움을 먼저 알게 된 아이는 결국 스스로 책을 펴게 된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혹시 스스로 책을 즐기지 못했던 부모라도 괜찮습니다. 잘 읽어주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오늘 밤 아이 옆에서 단 몇 장이라도 목소리 내어 읽어주는 것, 거기서 아이의 독서는 시작됩니다. 아이가 당신의 팔을 잡아당긴다면, 그것이 잘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영상만 보던 아이 책 읽게 하는 법 · 혼자 책을 읽기까지의 이야기
※ 이 글은 7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록입니다. 아이의 성향과 가정 상황에 따라 맞는 방식은 다를 수 있으니 참고로만 봐 주시기 바랍니다.
'유아 영어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영어책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아낸 방법 (0) | 2026.07.15 |
|---|---|
| 혼자 책을 읽기까지, 지나가는 걱정이었습니다 (0) | 2026.07.09 |
| 영상만 보던 아이 책 읽게 하는 법 (0) | 2026.07.01 |
| 유아 영어책 하루 몇 권 읽어야 할까 (0) | 2026.06.25 |
| 영어유치원 다니는 아이, 한글책도 계속 읽혀야 할까 (0) | 2026.06.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