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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은 네 살, 다섯 살 때 뽀로로와 타요를 봤습니다. 더 어린 아기들이 보는 그 영상까지 다 봤습니다. 영상을 끄려고 하면 삐지고 울었습니다. 밥을 먹다가도, 차 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그 아이는 쉬는 시간마다 책을 읽습니다. 주말에는 하루 종일 읽고, 외식하러 가서 밥이 나오기 전에도 책을 폅니다. 다 읽은 책을 더 안 들고 왔다고 저에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같은 아이입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특별한 비법은 없었습니다.
네다섯 살, 영상 없이는 안 되던 아이
그 시절을 미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이도 똑같았습니다. 영상이 없으면 떼를 썼고, 영상을 끄는 순간 울음이 터졌습니다. 그때는 저도 영상을 자주 내줬습니다. 밥을 먹이려면, 차에서 버티려면, 그게 제일 쉬운 방법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영상을 끊으라는 말을 잘 못 합니다. 저도 못 끊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영상을 없앤 집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상을 보던 아이가 어떻게 책으로도 넘어왔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낮에는 영상 그래도 밤에는 책을 읽어줬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 제가 놓지 않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자기 전에 책을 읽어준 일입니다.
대단한 다짐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잠들기 전 한글책 몇 권을 읽어줬습니다. 낮에는 뽀로로와 타요에 밀려도, 밤만큼은 아빠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영어책이 아니라 한글책이었습니다. 그때는 영어를 가르칠 생각보다, 책 자체가 재밌는 거라는 걸 먼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매일 밤 이야기가 조금씩 쌓였습니다. 당장은 아무 변화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 낮이면 아이는 또 영상을 찾았으니까요. 그래도 밤의 책 읽기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책과 거리가 멀었던 제가 왜 밤마다 아이 곁에 앉게 됐는지는 ‘책 안 읽던 아빠가 밤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습니다’에 조금 더 자세히 적었습니다.

집 안 모든 곳에 책을 뒀습니다
또 하나 한 일은 책을 눈에 띄는 곳마다 둔 것입니다. 주방에도, 각 방에도, 아이 방은 물론이고 거실과 침대 옆에도 책을 뒀습니다. 아이가 어디서 멈추든 고개만 돌리면 책이 보이게 했습니다.
여기에는 작은 차이를 뒀습니다. 밤에 읽어주는 책은 한글책이었지만, 집 곳곳에 깔아둔 책은 영어책으로 채웠습니다. 책이라는 물건 자체와 친해지는 건 한글책으로, 그 친근함이 자연스럽게 영어책으로도 번지도록 환경만 만든 셈입니다.
장난감처럼 책이 늘 거기 있으니, 아이는 심심할 때 가끔 책을 집었습니다. 그럴 때 제가 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읽지 말라고 하면 더 읽고 싶어합니다
아이가 책을 집으면 저는 일부러 크게 놀랐습니다. “우와, 정말? 너 이걸 읽을 수 있어?” 하고 추켜세웠습니다. 별것 아닌 반응 같지만, 아이는 그 한마디에 어깨가 올라갑니다.
가끔은 반대로 갔습니다. “책 너무 많이 읽지 마” 하고 말립니다. 그러면 아이가 발끈합니다. “왜 읽지 마?” 그때 저는 아주 애처럼 대답합니다. “아빠도 그거 읽고 싶단 말이야.”
책을 금지된 재밌는 것처럼 만든 겁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아이입니다. 읽으라고 다그쳤다면 오히려 멀어졌을지 모릅니다. 읽지 말라고 하니 아이는 더 끌어안았습니다.
6세 후반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딱 떨어지는 사건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책을 좋아하게 된 게 아닙니다. 6세 후반의 어느 무렵, 문득 보니 아이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펴고 있었습니다.
밤마다 쌓인 이야기와, 집 곳곳에서 늘 보이던 책과, 읽을 때마다 돌아온 아빠의 호들갑이 그쯤에서 한꺼번에 터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생일 선물도 책을 사 달라고 합니다. 저는 아이와 외출할 때 제 책가방을 따로 멥니다. 다 읽으면 책을 더 내놓으라고 하니까요.
그래서 누가 비법을 물으면 저는 해 줄 말이 별로 없습니다. 매일 밤 한글책을 읽어줬고, 집 곳곳에 영어책을 뒀고, 아이가 책을 집을 때마다 반가워했을 뿐입니다. 돈이 드는 일도, 특별한 교구가 필요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우리 집 이야기가 그대로 통하지는 않더라도, 영상만 보던 아이도 책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것 하나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읽기 전까지, 언제까지 부모가 읽어줘야 하나 걱정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혼자 책을 읽기까지, 지나가는 걱정이었습니다 에 이어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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