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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책을 읽는 딸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면 부모 마음이 자연스럽게 영어 쪽으로 기웁니다.

    집에 오면 영어책을 읽혀야 할 것 같고, 영어 영상을 틀어줘야 할 것 같고, 영어 숙제도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한글책을 읽는 시간이 괜히 아깝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영어 노출도 부족한 것 같은데, 한글책까지 읽히면 영어 시간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7살 딸을 영어유치원에 보내면서 이 고민을 했습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고, 영어책도 읽고, 집에서도 영어 관련된 것들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한글책을 읽히는 게 맞을까.

    제 결론은 지금은 분명합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도 한글책은 계속 읽어야 합니다.

    한글책은 영어를 방해하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가 영어책을 더 깊게 이해하게 만드는 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영어책을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릅니다

    아이가 영어책을 소리 내어 잘 읽으면 부모는 안심합니다.

    단어도 읽고, 문장도 읽고, 발음도 제법 좋으면 영어가 잘 쌓이고 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과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다릅니다.

    아이가 문장을 읽을 수 있어도, 그 안에 담긴 감정이나 상황, 이유까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친구가 속상한 장면, 주인공이 거짓말을 한 장면, 누군가 용기를 내는 장면을 읽는다고 해도 아이가 그 마음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독서는 얕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이때 한글책이 도움이 됩니다.

    한글책은 아이가 훨씬 편한 언어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해줍니다.

    아이는 한글책을 읽으면서 인물의 마음, 사건의 이유, 다음 상황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한글책은 영어책과 경쟁하는 시간이 아니라, 영어책을 이해하는 힘을 키우는 시간입니다.

    7살 아이에게는 생각하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7살 아이는 영어를 많이 듣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깊게 생각하고, 이유를 설명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는 아직 한국어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영어로도 표현을 잘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제 딸도 현재 영어로 자기 생각을 꽤 잘 표현합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면서 영어로 말하고 읽고 쓰는 시간이 많이 쌓였고, 집에서도 영어로 대화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한국어도 함께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국어로 대화하고, 한국어 책을 읽고, 아이가 한국어로 자기 생각을 길게 말하는 시간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이유는 아이를 영어만 쓰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영어도 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한글책을 계속 뒤로 미루면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로 된 책은 영어로 바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상황을 다양한 말의 느낌으로 채워줍니다.

    그렇게 빈 곳을 하나씩 메워주다 보면 아이는 영어와 한국어를 따로 떨어진 언어로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영어로 말하고, 어떤 생각은 한국어로 더 깊게 설명하면서 두 언어를 조금씩 융통성 있게 사용하게 됩니다.

    한글책은 배경지식을 채워줍니다

    영어책을 읽을 때 아이가 막히는 이유가 꼭 영어 단어 때문만은 아닙니다.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동물 이야기, 우주 이야기, 병원 이야기, 학교 이야기, 친구 관계 이야기, 가족 이야기처럼 책에는 다양한 상황이 나옵니다.

    아이가 그 상황을 이미 알고 있으면 영어책도 훨씬 쉽게 받아들입니다.

    한글책은 이 배경지식을 빠르게 채워줍니다.

    영어로는 어려운 내용도 한글책으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한글책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접하면, 비슷한 주제의 영어책을 읽을 때 훨씬 쉽게 연결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글책을 영어의 반대편에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히려 한글책은 영어책을 더 잘 읽기 위한 준비 운동에 가깝다고 봅니다.

    영어유치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영어유치원에 다닌다고 해서 집에서도 모든 시간을 영어로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영어유치원에 다니니까 집에서는 한글만 해야 한다고 볼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영어책은 영어 감각을 키워줍니다.

    문장 구조, 표현, 리듬, 소리에 익숙해지게 합니다.

    한글책은 생각의 깊이와 이해력을 키워줍니다.

    감정 표현, 이유 설명, 배경지식, 이야기 구조를 쌓게 합니다.

    둘 중 하나만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영어책은 영어의 힘을 키우고, 한글책은 생각의 힘을 키웁니다.

    이 두 가지가 같이 가야 아이의 독서가 오래 갑니다.

    우리 집에서는 이렇게 나눠서 봅니다

    저희 집에서는 영어책과 한글책을 완전히 따로 보지 않습니다.

    아이가 영어책을 읽는 날도 있고, 한글책을 읽는 날도 있습니다.

    어떤 날은 둘 다 봅니다.

    다만 역할을 다르게 생각합니다.

    영어책은 영어 노출과 영어 독서 습관을 위해 읽습니다.

    아이가 영어 문장에 계속 익숙해지고, 영어책을 책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글책은 아이의 생각을 넓히기 위해 읽습니다.

    아이가 이야기를 이해하고, 질문하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시간을 위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한글책을 읽는다고 영어가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히려 한글책을 잘 읽는 아이가 영어책도 더 깊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글책을 줄였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

    영어 노출에만 집중하다 보면 아이가 책을 읽어도 내용보다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문장을 읽는 속도는 빠른데, 읽고 나서 무슨 이야기였는지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 감정 표현이 단순해질 수 있습니다.

    재미있다, 싫다, 좋다 정도에서 멈추고 왜 그런지 길게 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독서는 결국 생각하는 활동입니다.

    영어책이든 한글책이든 아이가 읽고 나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힘을 키우는 데 한글책은 아주 좋은 도구입니다.

    영어유치원 아이에게 한글책을 읽힐 때 중요한 점

    한글책을 읽힐 때도 너무 숙제처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영어유치원 아이들은 하루 동안 많은 자극을 받고 옵니다.

    집에서 책까지 과제처럼 느끼면 독서 자체를 싫어할 수 있습니다.

    한글책은 편하게 읽는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아이가 고른 책을 읽어도 좋고, 부모가 읽어줘도 좋습니다.

    꼭 긴 책이 아니어도 됩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책 속 이야기를 따라가고, 자기 생각을 말해보는 것입니다.

    부모가 할 일은 많이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말할 수 있게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랬구나.

    왜 그렇게 생각했어.

    아빠는 이 장면이 조금 슬펐는데, 너는 어땠어.

    이 정도 대화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결국 영어도 생각이 있어야 나옵니다

    아이의 영어가 어느 순간 길어지려면 머릿속에 할 말이 있어야 합니다.

    단어를 많이 외운다고 문장이 길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표현을 많이 안다고 자기 생각이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생각할 거리, 말할 거리, 느낀 것이 있어야 영어로도 말할 수 있습니다.

    한글책은 그 재료를 만들어줍니다.

    아이가 여러 이야기를 읽고, 다양한 상황을 만나고, 인물의 감정을 생각해보면 말할 내용이 많아집니다.

    그 말할 내용이 쌓이면 영어로도 조금씩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유치원 아이에게 한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어를 더 깊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게 영어책은 분명 중요합니다.

    영어 감각은 꾸준한 노출 속에서 자랍니다.

    하지만 영어책만으로 모든 독서의 힘이 채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7살 아이에게는 생각을 키우는 독서도 필요합니다.

    감정을 말하고, 이유를 설명하고, 이야기를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글책은 그 시간을 만들어줍니다.

    영어유치원에 다닌다고 한글책을 줄일 필요는 없습니다.

    영어책과 한글책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아이의 언어와 생각을 함께 키우는 관계입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영어책도 한글책도 책으로 편하게 받아들이게 해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