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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유치원을 마치면 아이의 영어도 금방 줄어들까. 딸이 유치원을 나온 뒤 내가 가장 걱정한 부분이었다.

    딸은 지난달 영어유치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8월 화교학교 입학을 앞두고 중국어 특강에 다니고 있다. 영어를 하루 종일 쓰던 자리가 사라진 뒤의 변화는 영어유치원 졸업하고 화교학교에 갔더니 사라진 것을 적은 글에 정리해 두었다. 이번 글은 그 걱정 끝에 아이와 나눈 짧은 대화에서 시작한다.

    관찰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영어가 정말 아이 안에 남아 있는 것인지, 아직 유치원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익숙한 감각이 남아 있는 것인지 긴가민가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직접 물었다.

    영어유치원 같은반 친구와 주말 학원에서 만난 장면

    영어가 줄었는지 물었더니 아이는 다르게 답했다

    특강에 다녀보니 영어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물었다. 아이가 말했다.

    친구들은 homework로 영어 공부를 하고, 나는 영어를 해.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 한마디가 아이의 영어 실력이 다른 친구들보다 뛰어나다는 증거는 아니다. 영어유치원을 끝낸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고, 화교학교도 정식 입학 전 특강 단계다. 지금은 영어 실력이 유지됐는지, 누구보다 잘하는지를 판단할 시점이 아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아이가 자신의 영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이전과 조금 달라져 있었다. 영어유치원에서 했던 영어를 떠올릴 때 아이의 머릿속에는 homework라는 단어가 강하게 남아 있었다. 반면 지금 자신의 영어는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언어로 느끼고 있었다.

    어제 글에서는 영어 실력보다 먼저 영어를 자연스럽게 쓸 장소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그 빈자리에 어떤 영어를 남겨야 하는지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영유가 만든 영어가 숙제의 껍질을 벗고 있었다

    아이의 말을 듣고도 영어유치원에서 보낸 시간이 아깝거나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나는 지금 아이의 영어 실력에 무척 만족한다.

    아이가 영어책을 읽고, 영어 영상을 이해하고, 원어민과 주제를 놓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영어유치원에서 보낸 시간이 분명히 큰 역할을 했다. 영어유치원이 없었다면 아이가 나는 영어를 해라고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영어유치원에서 영어는 아이의 생활이었다. 동시에 수업이 끝나면 읽기와 쓰기, 단어와 문제풀이가 homework로 이어지는 언어이기도 했다. 그 숙제가 영어의 기초를 쌓는 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아이의 어휘와 읽기, 쓰기 실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영어유치원을 나온 뒤 숙제의 양이 줄어들자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영어가 보이기 시작했다. 숙제라는 껍질이 얇아지자, 그 안에 아이가 정말로 쓰고 싶어 하는 영어가 남아 있었다. 책을 읽다가 웃고, 영상 속 대사를 따라 하고,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꺼내는 쪽이었다.

    결국 내가 걱정한 것은 실력이 줄어드는 일이었는데, 정작 눈에 들어온 것은 아이가 영어를 대하는 태도였다. 숙제로 하던 영어와 자기가 하는 영어를 아이 스스로 구분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스스로 영어책을 펼치고, 차 안에서는 영어 영상을 자연스럽게 본다. 원어민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는 정답을 맞히려 하기보다 자신의 경험을 설명한다.

    영유가 끝나서 영어가 자연스러워진 것은 아니다. 영어유치원에서 충분히 쌓은 영어가 있었기에, 이제 그 영어가 homework의 껍질을 벗고 아이 자신의 언어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영유의 성과는 졸업할 때 받은 레벨이나 읽을 수 있는 책의 단계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었다. 숙제가 사라진 뒤에도 아이가 어떤 영어를 스스로 꺼내는지 보는 것 역시 영유가 아이에게 남긴 것을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아이가 잃었다고 말한 것은 영어보다 열한 명의 친구였다

    영어 이야기를 할 때까지 아이는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영어유치원 친구들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달라졌다.

    자신과 매일 함께했던 열한 명의 친구들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것이 너무 크다고 했다. 이별이 너무 갑작스럽고 빨랐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데 나도 마음이 내려앉았다.

    부모인 나는 영어유치원을 마치며 영어 노출시간부터 계산했다. 영어책을 몇 권 읽힐지, 학원을 일주일에 몇 번 보낼지, 원어민과 대화할 시간을 어떻게 만들지만 생각했다. 아이는 영어 시간이 아니라 자신과 매일 웃고 이야기하던 열한 명의 얼굴을 세고 있었다.

    영유 졸업 후 아이에게 부족해진 것이 영어 공부만은 아니었다. 영어를 함께 쓰던 친구, 자신의 말을 바로 알아듣던 사람, 익숙하게 영어로 장난칠 수 있었던 관계가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아내와 함께 영어유치원 반 여자친구들을 여러 명 집으로 초대했다. 영어를 유지시키려고 수업을 하나 더 붙인 것이 아니다. 아이가 너무 빨리 놓쳐버린 관계를 다시 이어주고 싶었다.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아이들이 어떤 언어로 이야기하고 노는지는 결과를 정해두지 않고 지켜볼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영어를 시키는 일보다 아이가 그리워하던 사람을 다시 만날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영유 졸업 후 영어 유지, 공부량 말고 세 가지를 본다

    영어유치원 졸업 후 영어를 유지하려는 부모라면 일주일 동안 세 가지만 관찰해봐도 좋다.

    첫째, 아이가 homework라고 느끼지 않는 영어가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 본다. 영어책, 영상, 노래, 인공지능과의 대화처럼 검사와 정답이 붙지 않는 영어가 있는지 확인한다.

    둘째,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가 스스로 꺼내는 영어가 무엇인지 본다. 영어책을 한 권 더 읽히는 것보다 쉬는 시간에 아이가 스스로 영어책을 펼치는 장면이 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셋째, 줄어든 것이 영어 실력인지, 영어를 함께 쓰던 사람과 장소인지 나눠서 본다.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영어를 쓸 장소가 사라진 문제는 영어학원 하나를 더 보내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유창하게 말하는 것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을 나눠서 봐야 했던 경험은 유창함과 이해력을 따로 확인한 글에 적어 두었다.

    우리 아이의 영어 실력이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될지는 아직 모른다. 8월 화교학교 정식 입학 후에는 중국어 수업과 숙제의 양도 달라질 수 있다. 영어와 중국어와 수학이 함께 들어오면 지금의 생활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

    그래서 영어유치원 때의 숙제 양을 그대로 복원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쉬는 시간에 읽는 영어책, 차 안에서 보는 영어 영상, 정답 없이 이어가는 대화처럼 아이가 영어를 homework로만 느끼지 않는 자리를 남겨줄 생각이다.

    영어유치원은 아이에게 영어의 토대를 만들어주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그 토대 위의 영어가 다시 homework로만 돌아가지 않도록, 아이가 나는 영어를 해라고 말할 수 있는 자리를 지켜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