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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아, 다섯 살 때는 너무 쉽고 재미있어."

    일곱 살 딸이 침대에서 저에게 한 말입니다. 저를 진짜 자기 동생인 줄 알고요. 아이가 영어를 거부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오늘 아침, 그 답을 육아서도 전문가도 아닌 일곱 살 아이 입에서 들었습니다. 자기가 막 지나온 길이라 한 치의 꾸밈도 없었습니다.

    딸의 동생이 되어 영어유치원 어렵냐고 물었습니다

    오늘은 제헌절이라 오랜만에 알람 없이 늦잠을 잤습니다. 눈을 떠도 서두를 곳이 없는 아침이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다 역할놀이가 시작됐고, 저는 아이의 동생이 되었습니다. 내년에 다섯 살이 되어 영어유치원에 들어가는, 아직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동생.

    그 동생이 되어 물었습니다. "누나는 어떻게 영어를 그렇게 잘해? 나 내년에 영어유치원 가는데, 영어 어려워?"

    그러자 아이가, 정말로 제가 자기 동생인 줄 알고 하나하나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아이가 직접 말한 영어유치원 난이도

    "동생아, 다섯 살 때는 너무 쉽고 재미있어. 쉬운 거 알려줘. 재밌고 맛있는 것도 많이 줘. 그런데 여섯 살 올라가면 너무 힘들어. 그때는 조금 어려운 거 알려줘. 그리고 일곱 살 되면 너무너무 어려운 거랑 많이 알려줘. 그때는 좀 힘들어. 그런데 영어를 잘하게 돼."

    침대에서 그 말을 듣는 동안 저는 한참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마침 오늘 저는 아이가 영어를 거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를 써볼까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인터넷에 흔한 그 주제 말입니다. 그런데 그 답을, 그 시간을 직접 통과해 온 일곱 살 아이가 자기 동생에게 아무렇지 않게 건네고 있었습니다. 누구를 가르치려는 말이 아니었어요. 동생을 진짜 도와주려는 마음이라 오히려 더 솔직했습니다.

    아이 말을 곱씹어 보니 거기 다 들어 있었습니다. 다섯 살은 쉽고 재미있는 시기입니다. 아이는 이 나이의 요령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쉬운 것, 재밌는 것, 맛있는 것. 이때는 실력을 밀어붙이기보다 영어는 재밌는 것이라는 감각을 몸에 심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이 바닥이 얕으면 나중에 힘든 구간에서 아이가 손을 놓아버립니다. 저희 집도 이 무렵 거실에서 별것 아닌 놀이로 시작했습니다.

    "너무 힘들어"는 거부가 아니라 통과 구간입니다

    아이는 여섯 살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힘들어." 부모가 흔히 우리 애가 영어를 거부한다고 느끼는 지점이 대개 여기서부터입니다. 그런데 보세요. 아이 스스로는 이 힘듦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거쳐야 할 단계로 알고 있었어요. 여기서 부모가 놀라 멈추면, 아이는 역시 영어는 그만둬도 되는 거구나를 먼저 배웁니다.

    일곱 살은 너무너무 어렵고 많은 시기입니다.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그 문장을 이렇게 끝맺었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게 돼." 힘든 구간과 잘하게 되는 순간이, 아이 머릿속에서는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로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영어를 밀어낼 때, 그건 대개 없애야 할 문제가 아니라 통과해야 할 구간입니다. 다섯 살에 깔아둔 재밌다는 바닥, 그리고 힘들어도 결국 잘하게 된다는 사실. 통과의 연료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그 둘입니다.

    삼 년의 저녁 끝에 아이가 스스로 책을 집어 든 날

    쉬는시간 영어책 읽는 아이

     

    저는 이걸 삼 년이 지나서야 아이 입으로 들었습니다. 그동안의 저녁은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숙제 순서를 바꿔보고, 간식을 물려보고, 중간에 쉬어도 보고, 뭘 먼저 할지 아이에게 고르게도 해봤습니다. 그 힘들었던 저녁들 이야기는 따로 적어두었습니다. 그때 저는 거부를 없앨 기술만 찾고 있었습니다.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붙들었어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재밌다는 바닥과 기다림이었다는 걸.

    그 여섯 살의 "힘들어"를 지난 자리에 지금 무엇이 있느냐면, 이 아이는 요즘 쉬고 싶을 때 영어책을 열 권씩 꺼내 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게 쉬는 방법이라서요.

    그래서 지금 아이의 "영어 하기 싫어" 앞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부모가 있다면, 전문가 말고 아이에게 한번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단, 가르치려 하지 말고요. 오늘의 저처럼 슬쩍 동생인 척, 후배인 척 물으면 아이는 자기가 지나온 길을 놀랍도록 솔직하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 힘든 구간을 다 지나면, 아이는 결국 스스로 책을 집어 듭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려고 삼 년의 저녁을 버텨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