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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사진이 삶의 활력소.

딸이 영유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키즈노트 알림장은 내가 챙겨봤다. 보통 엄마가 알림장을 확인하는 집이 많았지만 우리 집은 달랐다. 나는 아빠였고, 동시에 주 양육자였다. 선생님과 상담하는 사람도 나였고, 집에서 숙제를 봐주는 사람도 나였다. 선생님도 아버님과 연락하는 경우는 내가 유일하다고 했다. 키즈노트 알림이 울리면 나는 사진과 발표 영상을 열어봤다.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내게는 유치원 안의 딸을 잠깐 만나는 시간이었다. 집에서는 볼 수 없던 딸의 얼굴이 그 안에 있었다.
키즈노트, 아빠의 삶의 활력소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촬영해 키즈노트에 올려줬다. 수업 중인 사진도 있었고, 아이가 앞에 나가 발표하는 영상도 있었다. 알림이 울릴 때마다 나는 딸이 오늘 무엇을 배웠는지보다 얼굴부터 봤다. 잘 따라 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본 것이 아니었다. 사진을 열면 내가 모르는 시간 속에 있던 딸을 잠깐 만날 수 있었다.
사진 속 딸은 집에 있을 때와 표정이 달랐다. 집에서도 웃고, 나와 함께 있을 때도 행복해한다. 그런데 친구들 사이에서 웃는 얼굴은 또 달랐다. 누가 웃겨서 잠깐 웃는 얼굴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좋은 아이처럼 보였다. 어떻게 저렇게 해맑을 수 있나 싶었다. 내가 보기에는 순수 결정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차이가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주 양육자이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다. 숙제를 같이하고, 선생님과 상담하고, 아이가 힘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살핀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친구들과 있을 때 나오는 표정까지 만들어줄 수는 없었다. 사진을 계속 보다 보니 그게 서운한 일이 아니라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에게는 아빠와 있을 때의 행복도 있고, 친구들과 있을 때만 나오는 행복도 있었다.
키즈노트는 내가 챙겨야 할 유치원 알림장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딸에게 그런 시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곳이 됐다. 영어를 얼마나 말했는지, 발표를 잘했는지보다 친구들 옆에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가 먼저 보였다. 사진 한 장을 보고 나면 일하다가 지친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다. 그래서 내게 키즈노트 알림은 단순한 공지가 아니었다. 정말 삶의 활력소였다.
야외수업 사진, 여자친구와 손잡고 해맑게 웃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사진이 한 장 있다. 야외수업을 하던 중에 찍힌 사진이었다. 딸은 같은 반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있었고, 정말 해맑게 웃고 있었다. 특별한 자세를 잡고 찍은 기념사진도 아니었다. 친구와 함께 있는 순간에 나온 얼굴이었다. 사진을 보는 나까지 기분이 좋아질 만큼 아이 표정이 맑았다.
그 사진은 얼굴이 너무 선명해서 블로그에 그대로 올리기는 어렵다. 딸의 얼굴뿐 아니라 친구의 얼굴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얼굴을 가리면 내가 본 표정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아이들 얼굴을 그대로 공유할 수도 없다. 사진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오히려 그 사진은 우리 가족 안에만 남겨두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을 오래 보면서 “오, 진짜 이 순간을 찍어주셨네” 싶었다. 아이가 웃으라고 준비한 순간이 아니라, 친구와 손잡고 행복해하던 때를 선생님이 발견해 남겨준 것이 정말 감사했다. 선생님의 실제 마음까지 내가 알 수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해맑게 웃는 두 아이를 보며 사진을 찍는 순간만큼은 선생님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전에도 키즈노트에는 사진이 많이 올라왔다. 발표 영상도 있었고 여러 수업 장면도 있었다. 그런데 이 사진은 무엇을 잘해낸 기록이 아니었다. 딸이 친구와 잘 지내고 있다는 말보다, 손을 잡은 두 아이의 얼굴이 먼저 답을 보여줬다. 나는 아이의 유치원 생활을 주로 선생님과의 상담이나 숙제로 확인해왔다. 그 사진 한 장은 내가 확인하지 못했던 행복까지 선생님이 보내준 것 같았다.
퇴근하고 와락 안았지만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사진을 보고 있으니 “아이고, 우리 딸. 아빠랑 엄마가 이렇게까지 웃게 해주지 못한 것 같은데”라는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동시에 곧 생각이 달라졌다. 부모가 친구가 되어줄 수는 없고, 친구들과 있을 때 나오는 행복을 집에서 똑같이 만들어줄 수도 없다. 그 표정은 우리가 부족해서 나오지 않았던 얼굴이 아니라, 딸에게 친구들이 있어서 나올 수 있었던 얼굴이었다. 그래서 선생님께 감사했고, 딸과 손잡아준 친구에게도 고마웠다.
사진을 본 날 퇴근한 뒤 딸을 보자 그냥 와락 안았다. 갑자기 안겨 있던 딸은 영문을 몰라 했다.
“왜 그래? 좋은 일 있어? 답답해. 뭐야?”
딸은 내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계속 물었다. 나는 “우리 딸 유치원 참 잘 다니고 있네. 고마워”라고만 말했다. 아이는 끝까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내가 키즈노트에서 어떤 사진을 봤는지, 그 얼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말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친구와 손잡고 웃는 네 얼굴을 봤다고, 아빠가 그 사진을 보고 참 좋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사진 속 표정을 칭찬하면 아이가 다음부터 키즈노트 사진을 의식할까 봐 걱정됐다. 선생님이 카메라를 들었을 때 웃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아빠가 좋아한 얼굴을 다시 보여주려고 할까 봐 싫었다. 내가 좋았던 것은 카메라를 보며 만든 표정이 아니라, 카메라가 있는 줄도 모르고 친구와 웃던 그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의식할까 봐. 딸은 자기가 모르는 곳에서 아빠에게 큰 힘을 줬고, 나는 그 힘을 받았다는 표시로 한 번 더 안아줬다. 앞으로도 사진 속 표정을 아이 앞에서 확인하려 들지는 않으려고 한다. 친구들과 웃는 시간은 그대로 두고, 나는 알림이 올 때마다 조용히 보고 고마워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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