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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네 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한테 어떤 영어 영상을 틀어주면 좋을까요. 저도 물어봤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고 좋다는 걸 받아 적었습니다. 그런데 그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세 살 네 살에 저희가 한 영어는 알파벳과 사진이 전부였습니다
아이는 다섯 살에 영어유치원에 들어갔습니다. 그 전인 세 살 네 살에는 그냥 동네 어린이집에 다녔습니다.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한글 익히는 데도 시간이 빠듯한 나이입니다.
부모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나이 아이를 키우면서 한글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벅찹니다. 영어까지 챙길 여유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한 영어는 정말 기초였습니다. 알파벳을 짚어주고,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내가 소리를 내주었습니다. 저도 똑같이 했습니다. 아내가 하던 그대로, 같은 사진에 같은 소리를 냈습니다. 교재도 계획도 없었습니다. 이 시기 거실에서 했던 다른 시도들은 영어 노출 효과를 적은 글에 남겨두었습니다.
영상 소리를 영어로 바꿨더니 아이 표정이 굳었습니다
영상은 보여줬습니다. 그 나이 아이를 키우면서 영상을 아예 안 보여주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볼 거면 영어로 보면 되지 않을까. 그때 아이가 제일 좋아하던 게 티티체리였습니다. 그래서 한글로 보던 티티체리를 영어 오디오로 바꿔 틀었습니다. 화면은 똑같으니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아이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울거나 짜증을 낸 것은 아닌데 표정이 굳었습니다. 늘 알아듣던 목소리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답답했던 모양입니다.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한글로 되돌렸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한테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틀어본 덕분에 아이를 보게 됐습니다

부모 마음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한 번 안 통했다고 완전히 놓아지지 않습니다. 그 뒤로도 중간중간 한 번씩 영어로 바꿔 틀었습니다. 매번 되돌리면서도 또 틀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반복이 헛일은 아니었습니다. 성과가 나서는 아닙니다. 그 덕분에 아이를 계속 들여다보게 됐기 때문입니다. 매번 되돌리는 동안 저는 아이가 어디서 굳고 어디서 반응하는지를 보고 있었습니다.
노래가 나오는 대목에서 아이 입이 열렸습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있었습니다. 아이가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영어로 틀어둔 티티체리에서 노래가 나오는 부분이 있으면 거기서 따라 불렀습니다. 대사가 나올 때는 가만히 있다가 노래가 시작되면 얼굴이 먼저 밝아지고 입이 따라왔습니다.
영어 노래가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어로 따라 불렀습니다. 뜻을 알고 부른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소리를 소리 그대로 흉내 낸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래도 대사는 튕겨내던 아이가 노래는 받아들였습니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따라 부르는 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뿌듯했습니다.
팝송을 따로 틀어준 것은 아닙니다. 영상 안에 들어 있던 영어 노래였습니다. 그 부분만큼은 아주 잘 들었고 소리로 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티티체리 영어 버전은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봤습니다.
일곱 살이 된 지금도 똑같습니다

지금 아이는 일곱 살입니다. 영상은 거의 영어로만 봅니다. 그런데 노래 앞에서는 여전히 다릅니다. 어떤 시리즈든 노래가 나오는 파트가 시작되면 신이 나서 따라 부릅니다. 이제는 춤도 춥니다. 한 바퀴 돌기까지 합니다.
네 살 때 웃으면서 따라 부르던 그 얼굴이 일곱 살에도 그대로 있습니다. 이건 제가 만든 게 아니라 원래 그 아이 안에 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게 어디 있는지만 겨우 찾아낸 셈입니다.
다섯 살에 영어유치원에 가면 듣기는 어차피 채워집니다
그래서 세 살 네 살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 리스닝을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어유치원에 들어가면 하루의 대부분을 영어로 지내게 됩니다. 부모가 애써 들려주지 않아도 노출 시간이 통째로 확보됩니다.
물론 엄마 아빠가 영어를 편하게 쓰는 집이라면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환경입니다. 한국말 하듯 영어를 뱉어주면 되니까요. 다만 대부분의 집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시기가 잘못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세 살 네 살에 할 일은 정답 영상 목록을 찾는 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가 어디서 반응하는지를 알아내는 쪽이 남습니다. 저희 아이는 노래였습니다. 다른 집 아이는 전혀 다른 데서 열릴 겁니다. 생각지도 못한 것에 빠져서 몇 번이고 돌려보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 스위치는 남의 후기에 없습니다.
아내는 이런 걸 알게 되면 친구들과 나눕니다. 저는 그럴 데가 마땅치 않아 여기에 적습니다. 혹시 영상 소리를 영어로 바꿨다가 되돌리신 분이 계시다면, 그게 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음에 노래가 나오는 대목에서 아이 입이 움직이는지만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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