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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가 영어로 무언가를 설명할 때면 저는 종종 휴대전화를 듭니다.

    아이의 말을 남겨두고 싶기도 하고, 비행 일정으로 집을 비운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합니다.

    평소 아이는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며 말하곤 했습니다.

    “찍지 마.”

    그런데 영어학원과 수학학원, 영어 라이팅 학원이 한 주 동안 함께 쉬던 이번 방학에는 같은 아이에게 전혀 다른 말을 들었습니다.

    “나 잘하지?”

    오전 화교학교 특강과 중국어 숙제, 영어 패드 숙제는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영어 교재가 갑자기 쉬워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늦은 오후부터 밤까지 이어지던 학원 일정이 쉬었고, 제가 아이에게 영어를 묻는 시점도 달라졌습니다.

    며칠 만에 영어 실력이 크게 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그 장면은 제가 아이의 영어를 판단하던 시간에 질문 하나를 남겼습니다.

    아이의 가장 피곤한 순간에 나온 짧은 대답을, 저는 그날의 영어 실력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영어책 두 권으로 얼굴을 가린 7살 아이의 모습

    영어를 확인한 시간은 늘 하루의 끝이었습니다

    평소 월수금에는 오전 화교학교 특강과 중국어 숙제 뒤로 단어 준비와 영어 숙제, 오후 5시 50분부터 8시까지 영어학원이 이어집니다.

    우리 집의 구체적인 하루는 영어유치원 졸업 후 7살의 평일 시간표에 따로 적어두었습니다.

    제가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저녁입니다. 씻고 남은 숙제까지 정리하면 하루가 거의 끝납니다.

    그런데 저는 주로 그때 영어책 내용을 물었습니다.

    방금 푼 문제를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답을 고른 이유를 다시 설명해보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짧게 대답하거나 설명을 피하면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책은 읽었지만 문맥을 놓친 것은 아닌지, 영유를 마친 뒤 영어가 줄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아이가 하루치 일정을 거의 끝낸 상태라는 조건을 빼고, 그때 나온 대답만 보고 있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이해하지 못해서 설명하지 못한 것인지, 알고 있지만 그 순간에는 더 말하기 어려웠던 것인지를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학원이 쉬던 일주일에는 설명의 길이가 달라졌습니다

    이번 일주일에도 영어를 완전히 쉰 것은 아닙니다.

    영어학원에서 기본 단어 테스트와 스피킹 녹음, 리딩, 문제 풀이로 구성된 패드 숙제가 나왔습니다.

    아이는 오전 중국어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중국어 숙제와 영어 패드 숙제를 먼저 끝냈습니다.

    과제의 종류가 갑자기 달라진 것도, 쉬운 교재로 바뀐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배운 내용을 물었을 때 나오는 대답은 평소 늦은 저녁과 달랐습니다.

    아이는 답만 말하지 않고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순서대로 설명했습니다.

    잘 모르는 부분에서는 적당히 말을 만들어내지 않았습니다.

    “이건 모르겠어.”

    제가 다시 설명하면 말을 끊거나 피하지 않고 끝까지 들었습니다. 설명을 들은 뒤에는 자기 말로 다시 이야기해보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두 가지를 나누어 생각하게 됐습니다.

    대답하지 않는 것과 대답할 수 없는 것은 같지 않았습니다.

    이번 일주일만으로 반응의 차이가 모두 학원 일정이나 질문한 시점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기분과 수면, 그날의 숙제 내용도 매번 같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영어 실력 저하라고 걱정했던 반응 중 일부는 무엇을 물었느냐뿐 아니라, 언제 물었느냐의 영향도 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이전에 영어 확인 질문을 줄였을 때 아이가 스스로 영어를 꺼내던 모습은 영어를 시키지 않았더니 보였던 것들에 기록했습니다.

    그때는 질문의 양을 돌아봤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질문도 하루 중 언제 던지느냐에 따라 아이의 대답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영어를 아는 것과 그 순간 꺼내는 것은 달랐습니다

    평소 촬영을 시작하면 “찍지 마”라며 설명을 줄이던 아이가 이번 일주일에는 영상을 찍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을 이어갔습니다.

    목소리도 컸고, 자기가 이해한 내용을 저에게 가르치듯 설명했습니다.

    그러다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나 잘하지?”

    “찍지 마”라고 했던 날 영어를 몰랐던 것도 아닐 것입니다.

    “나 잘하지?”라고 말한 날 갑자기 영어 실력이 크게 높아진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같은 아이가 자기가 아는 것을 밖으로 꺼내 보여주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저는 영어를 확인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문제를 이해했는지뿐 아니라 질문을 받고, 생각을 정리하고, 말로 설명하고, 촬영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한꺼번에 보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영어를 알고 있는 것과 그 순간 영어를 꺼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짧은 대답을 모두 피로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다시 배워야 할 내용도 있습니다.

    반대로 늦은 저녁에 설명이 짧았다는 이유만으로 영어 실력이 줄었다고 결론 내리는 것도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영어가 줄었다고 판단하기 전 질문 시각을 바꿨습니다

    이번 일을 겪은 뒤 우리 집에는 7살 영어 실력을 확인하는 순서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쁜 하루 끝에 아이가 짧게 대답했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이해 부족으로 결론 내리지 않는 것입니다.

    꼭 확인해야 할 내용이라면 다음 날이나 일정이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에, 아이가 이미 배운 범위 안에서 비슷한 난이도의 질문 하나를 다시 해봅니다.

    완전히 같은 문제를 반복하면 앞에서 들은 답을 기억해 말할 수 있으므로, 같은 범위의 다른 문제나 비슷한 내용을 고릅니다.

    이때 정답 개수만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가 자기 설명을 시작하는지, 답에 이유와 순서를 붙이는지, 모르는 부분에서 편하게 “모르겠어”라고 말하는지를 함께 봅니다.

    여유로운 시간에도 같은 내용을 계속 어려워한다면 다시 살펴볼 부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늦은 저녁에는 설명을 피했지만 다른 시간에는 자기 말로 풀어낸다면, 그날 밤의 짧은 대답 하나만으로 영어 실력이 줄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를 시험하려고 일부러 여러 번 묻거나 계속 모르는 척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을 바꿔 비슷한 질문 하나만 다시 해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다음 주가 되면 영어학원과 수학학원, 영어 라이팅 학원 일정이 다시 시작됩니다.

    학원과 숙제를 모두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질문하는 시점은 바꿀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하루치 일정을 끝낸 밤에는 영어를 더 캐묻지 않고, 꼭 확인할 내용이 있다면 다음 날 한 번 더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방학에 새로 확인한 것은 아이가 영어를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가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영어가 줄었는지 판단하기 전에, 제가 영어를 묻던 시간이 아이에게 공정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