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을 마치고 지금은 스파르타식 영어학원에 다닌다. 월요일과 수요일과 금요일, 갈 때마다 단어 시험을 친다. 한글 뜻이 적혀 있고 그 옆에 영어로 쓰는 방식이다. 한글 뜻을 모르면 아예 쓰지 못하도록 문제를 낸다고 한다.지난 시험에서 아이가 열 개 중 세 개를 맞았다. 선생님이 엄마 아빠를 따로 불렀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단어 하나 때문에 영상까지 틀었다 그날 저녁 단어 하나가 걸렸다. 아이가 한글 뜻부터 모르니 영어로 쓸 수가 없었다. 말로 설명해도 잘 와닿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영상까지 찾아 틀어 줬다. 단어 하나 때문에 거기까지 갔다.다행히 아이가 알아들었다. 그리고 설명을 듣더니 냉장고에 붙어 있던 자석을 떼어 왔다. 자기부..
원어민 수업 첫날, 나는 다른 방에서 제대로 된 영어 대화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이 목소리가 웅얼거림정도의 작은 목소리만 들렸고, 몇번정도의 큰 목소리만 들었다. 그날 이야기는 원어민 과외 첫날 글에 적어 두었다.두 번째 수업에서는 달랐다. 같은 방에 앉아 있는데 아이 목소리가 그대로 넘어왔다.두 번째 수업에서 목소리가 밖으로 나왔다웅얼거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힘 있고 자신 있게 대화를 이어 가는 소리였다. 문장이 끊기지 않고 계속 굴러갔다. 무슨 말인지까지는 여전히 모르겠는데, 멈추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했다.첫날보다 목소리가 잘 들리니 저는 아이가 수업에 조금 익숙해진 것처럼 느꼈다. 다만 목소리 크기가 마음이나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제가 들을 수 있었던 범위에서 첫날과 다른 모습을 ..
세 살 네 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한테 어떤 영어 영상을 틀어주면 좋을까요. 저도 물어봤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고 좋다는 걸 받아 적었습니다. 그런데 그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세네 살에 해본 것 중, 사진과 소리의 기억아이는 다섯 살에 영어유치원에 들어갔습니다. 그 전인 세 살 네 살에는 그냥 동네 어린이집에 다녔습니다.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한글 익히는 데도 시간이 빠듯한 나이입니다.부모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나이 아이를 키우면서 한글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벅찹니다. 영어까지 챙길 여유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때 해본 것 중 기초적인 시도는 이랬습니다. 알파벳을 짚어주고, 사진을 보여주면..
어제 아이가 Owl Diaries를 읽으면서 혼자 킥킥거렸습니다. 아침부터 저를 붙들고 무슨 내용인지 설명하더니, 다시 책으로 돌아가 한참을 웃었습니다.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아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떤 책들을 거쳤던가. 그래서 몇 권을 꺼내 늘어놓고, 각 책의 레벨 지수를 찾아봤습니다. 그러다 이상한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우리 집 책장에서 본 분량의 차이Magic Tree House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기본 시리즈와 Merlin Missions입니다. 우리 집에 있는 것은 Merlin Missions 쪽입니다.레벨 정보를 나란히 찾아보던 중, 숫자만으로 책을 고르면 놓치는 것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시리즈라도 권과 판본에 따라 쪽수와 측정값이 달라지므로 시리즈..
주말은 쉬는 날로 두려고 한다. 적어도 일요일 하루만큼은 푹 쉬자는 게 우리 집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에 토요일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적어 보고 조금 놀랐다. 쉬려고 짜 놓은 주말인데, 적고 보니 완전히 운동 데이였다.토요일은 아침 아홉 시 반에 시작한다토요일 아침은 아홉 시까지 푹 잔다. 평일에 못 자는 잠을 이때 채운다. 아홉 시 삼십 분이 되면 미국인 원어민 선생님이 집으로 온다. 오십 분 동안 거실에서 영어책 한 권을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수업이라기보다 책 한 권을 사이에 두고 주고받는 시간에 가깝다. 이 수업을 시작하게 된 사정은 원어민 과외 첫날 이야기에 따로 적어 두었다.수업이 끝나면 잠깐 쉬고, 열한 시 이십 분에 펜싱 수업을 한 시간 한다. 집에 돌아와 씻고 밥을 먹은 뒤에는 오르다 ..
"동생아, 다섯 살 때는 너무 쉽고 재미있어."일곱 살 딸이 침대에서 저에게 한 말입니다. 제가 동생 역할을 하던 놀이 중이었습니다. 그동안 영어유치원 생활을 어떻게 느꼈는지, 그날은 부모가 평가하기 전에 딸의 말을 먼저 듣게 됐습니다.딸의 동생이 되어 영어유치원 어렵냐고 물었습니다제헌절 아침에는 오랜만에 알람 없이 늦잠을 잤습니다. 눈을 떠도 서두를 곳이 없는 아침이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다 역할놀이가 시작됐고, 저는 아이의 동생이 되었습니다. 내년에 다섯 살이 되어 영어유치원에 들어가는, 아직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동생.그 동생이 되어 물었습니다. "누나는 어떻게 영어를 그렇게 잘해? 나 내년에 영어유치원 가는데, 영어 어려워?"그러자 아이가, 역할놀이 속 동생에게 하나하나 알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