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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erybody attention…”

    주말 저녁, 영어유치원을 함께 다녔던 친구들과 놀던 중 한 아이가 이 말을 꺼냈다.

    뒤에 뭐라고 더 이어서 말했는지는 내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이 표현 자체는 딸에게 다시 확인했다. 영어유치원 7살 반에서 아이들이 정신없이 놀거나 산만할 때 담임선생님이 자주 쓰던 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딸이 웃었다.

    나는 그 표정이 재미있었다.

    영유를 졸업한 뒤 우리 집에서는 이런 영어를 들을 일이 완전히 없어졌기 때문이다.

    영어책은 여전히 읽는다. 영어학원도 다니고 원어민 수업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선생님이 반 전체를 집중시키거나 아이들을 정리할 때 쓰던 영어는 집에서 사용할 이유가 없다.

    두 달 가까이 입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고 들을 일도 없었다.

    나는 이런 표현들도 서서히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적어도 그날 내가 본 딸에게서는, 없어진 건 영어가 아니라 그 말을 사용할 교실이었다.

    3~4주 만에 다시 만났는데 이번에는 내가 보는 것이 달랐다

    그날은 영유를 함께 다녔던 친구들과 부모까지 여섯 가족 정도가 모였다. 주말 저녁에 바닷가에서 같이 놀고 저녁도 먹었다.

    이 친구들과 졸업 후 다시 만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번에는 누가 영어로 이야기하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끼리 자연스럽게 영어가 나오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 이야기는 영유 졸업 후 친구를 다시 만났더니 시키지 않아도 영어가 나왔던 날에 적었다.

    이번에는 그 이야기를 다시 쓰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몇 주 사이에 우리 딸이 친구들 사이에서 조금 다른 위치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들은 아직 유치원생이고 우리 딸은 초등학생이 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같은 반에서 생활했는데 딸은 어느새 자기가 언니가 된 것처럼 행동했다.

    친구들도 딸에게 초등학교 영어는 어떤지, 중국어는 어려운지 물었다.

    내가 듣기에는 딸이 쓰는 영어도 예전과 조금 달라진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누가 영어를 더 잘한다거나 실력이 더 늘었다고 적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날 아이들의 영어 문장을 기록해 비교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확실히 본 장면은 따로 있었다.

    두 달 전까지 매일 듣던 교실 표현을 친구가 꺼내자 딸이 그 말을 바로 알아보고 웃었다는 것.

    그 정도면 내가 직접 본 사실로는 충분했다.

    매일 말하지 않는 영어와 잊어버린 영어는 다를 수 있었다

    영유 졸업을 앞두고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영어였다.

    하루 대부분을 영어환경에서 보내다가 그 환경이 갑자기 사라지면 지금까지 쌓은 영어도 빠르게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졸업 직후에는 딸이 영어를 얼마나 말하는지 눈에 잘 들어왔다.

    영어 문장이 많이 나오면 안심했고, 영어를 별로 쓰지 않는 날이면 괜히 마음이 쓰였다.

    이번 경험 뒤에는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

    영유에서 사용하던 영어 중에는 집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영어도 있지만, 교실이 사라지는 순간 사용할 이유까지 함께 사라지는 표현도 있었다.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말, 수업을 시작할 때 반복했던 말, 반 안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습관처럼 사용하던 표현들이다.

    이런 말이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아이가 잊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Everybody attention”이라는 표현 하나를 기억했다고 영어 실력이 유지됐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이 둘을 일부러 구분하려고 한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은 익숙한 영어를 다시 알아보는 것과 새로운 영어를 읽고 이해하고 자기 말로 사용하는 능력은 같은 것이 아니다.

    다만 졸업 후 아이의 영어를 볼 때 최근 며칠 동안 몇 문장을 말했는지만 세는 것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알게 됐다.

    사용할 상황이 없어서 보이지 않는 영어도 있었다.

    지난번에는 안 하던 중국어를 이번에는 친구들 앞에서 했다

    그날 딸의 변화를 느낀 장면이 하나 더 있었다.

    지난번 영유 친구들을 만났을 때 부모들이 중국어를 한번 해보라고 했지만 딸은 하지 않았다.

    그때는 더 시키지 않았다.

    이번에도 친구들이 중국어가 어렵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 보여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삘을 받았는지 학교에서 배운 기초 중국어를 시작했다.

    한두 문장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3~4분 정도 쉬지 않고 이어갔다. 내 귀에는 문제를 풀듯 말하는 것보다 노래를 하거나 작은 발표를 하는 것처럼 들렸다.

    아이들은 집중해서 봤다. 그러고는 자기들도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엄마들에게 이야기했다.

    부모들도 나에게 화교학교를 보내보니 어떠냐고 물었다.

    나는 이 장면을 중국어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증명하는 내용으로 쓰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지난 모임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것을 이번 모임에서는 친구들 앞에서 길게 보여줬다는 변화가 흥미로웠다.

    영유를 떠난 지 두 달도 되지 않았는데 딸에게는 이미 새로운 학교생활과 새로운 언어가 하나 더 생겨 있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예전 교실의 영어가 몽땅 밀려난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중국어를 신나게 보여주다가도 옛 친구가 던진 영유 표현 한마디에는 바로 반응했다.

    내가 그날 본 딸은 영어를 버리고 중국어로 넘어간 아이가 아니었다. 이전에 쌓아둔 것 위에 새로운 생활이 하나씩 올라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에 가까웠다.

    영유 졸업 후 영어를 볼 때 나는 이제 질문 하나를 더 한다

    영유 졸업 후 영어가 줄었는지 걱정하는 부모라면 나처럼 아이가 오늘 영어를 얼마나 말했는지만 보게 될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지금은 거기에 질문 하나를 더 붙인다.

    “이 영어를 아이가 잊은 걸까, 아니면 지금은 사용할 상황이 없는 걸까?”

    두 가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다. 둘 다 아이 입에서 그 영어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딸에게서는 둘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었다.

    영유 교실에서 매일 들었던 표현은 졸업 뒤 생활에서 사라졌지만, 친구가 다시 꺼내는 순간 알아보고 반응했다.

    영어 유지에 대해 졸업 전부터 했던 고민은 영어유치원 졸업 후 영어 유지가 막막했던 때에도 적어두었다.

    그때는 앞으로 영어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중심이었다.

    지금은 영어를 계속 넣어주는 것과 함께, 이미 아이 안에 들어간 영어가 어떤 상황에서 다시 나오는지도 보고 있다.

    우리 딸은 여전히 스스로 영어책을 읽고 있고 영어학원과 원어민 수업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한 장면만으로 앞으로 영어가 계속 유지될 거라고 결론 내리지는 않는다.

    중국어까지 함께 배우는 지금 방식이 몇 년 뒤 어떤 결과를 만들지도 아직 모른다.

    그래서 성공했다는 말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내가 직접 본 것은 적어둘 수 있다.

    두 달 동안 집에서는 한 번도 들을 일이 없었던 영어유치원 교실의 말.

    친구가 그 말을 꺼냈을 때 딸은 설명을 기다리지 않았다.

    먼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