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딸이 내 눈을 딱 보면서 말했다. 아빠 그렇게 읽으면 재미가 없다고. 그렇게 읽으면 책을 다 못 읽는다고. 소파에서 영어책을 읽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시작된 일이었다. 나는 거의 독박으로 공부며 케어를 다 하는 아빠인데, 그날은 완전히 입장이 바뀌었다. 앉아서 지적받는 쪽이 나였다. 그리고 나중에 알고 보니 딸이 나를 부른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나는 그날 그냥 같이 놀자는 줄로만 알았다. 유아 영어독서, 아빠를 혼내려다 생긴 일우리 딸 특기가 영어책 읽기다. 워낙 많이 읽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도 영어책 읽는 걸 좋아한다. 조금 꼴불견일 수도 있는데 밖에 잠깐 나갈 때도 책을 들고 나가서 걸으면서 읽는다. 그래서 나는 밖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계속 말리는 편이다.그날도 한소리를 ..
그날 나는 딸한테 영어책 좀 그만 읽으라고 했다. 하루 종일 그 말을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딸이 나를 앉혀놓고 책을 펼쳤다. 자기가 얼마나 재밌게 읽고 있는지 알려주겠다면서. 말리러 갔다가 앉아서 배우고 나온 셈이다. 초등 입학을 앞둔 마지막 주말이었고, 하루 일과를 좀 나눠보려던 계획은 아침부터 어그러졌다. 아내가 카톡으로 잡아준 계획도 같이 날아갔다. 3년째 영어책을 읽히면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영유 때는 남는 시간도 영어였다영유를 다닐 때는 영어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남는 시간도 영어로 채웠다. 그게 당연했다. 하루를 통으로 영어에 쓰는 게 그 시절의 방식이었으니까. 나도 그 방식에 맞춰서 3년을 살았다. 저녁에 뭘 시킬지 고민할 때 선택지가 영어 안에 다 있었다.그런데 초등학생이 ..
“할머니는 영어유치원 안 다녀서 모를 수도 있어. 괜찮아. 어릴 때 영어책 안 읽었었지? 그럴 수 있어. 배우면 돼. 천천히 알려줄게.”7살 딸이 할머니에게 영어책을 읽어주면서 한 말이다. 나는 이 말을 그 자리에서 직접 들은 게 아니었다. 아내가 부산에 와 있고 나와 딸, 장모님까지 모두 우리 집에 모여 있을 때 장모님이 들려줬다.딸은 나와 영어책을 읽을 때와 할머니에게 읽어줄 때가 확실히 달랐다고 했다. 나는 매일 딸 옆에서 영어책을 보고도 그 차이를 몰랐다. 장모님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끝까지 발견하지 못할 뻔했다.할머니 얼굴을 보면서 영어책을 읽었다딸은 할머니에게 영어책을 읽어줄 때 책만 보고 읽지 않았다. 한 문장을 읽고 나면 할머니의 얼굴을 살폈다. 할머니가 이해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면 다음 ..
일곱 살 딸이 영어책을 읽는 시간과 권수는 분명히 줄었다.내가 책 읽는 장면을 못 봤을 뿐이라고 넘길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예전처럼 여러 권을 자연스럽게 꺼내 읽는 날이 줄었고, 책을 펼칠 수 있는 시간 자체도 짧아졌다.처음에는 한 가지 변화로 받아들였다. 영어책을 덜 읽으니 읽는 능력도 떨어질 것 같았고, 영어책에 대한 마음까지 식은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그런데 다시 보니 내가 확인한 사실은 하나뿐이었다.영어책 읽는 양이 줄었다는 것.읽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과 영어책이 싫어졌다는 것은 내가 그 뒤에 덧붙인 해석이었다.영어책 읽는 양은 실제로 줄었다7월 중순부터 딸은 화교학교 특강에 다니기 시작했다. 오전에는 중국어 수업을 듣고 집에 오면 중국어 숙제를 한다.그 뒤에는 수학과 영어학원 숙제가 기다..
2026년 7월 29일, 딸이 다니는 영어학원과 수학학원, 영어 라이팅 학원이 평일 한 주 동안 모두 방학에 들어갔다. 화교학교만 다니는 주였다.학원이 쉬어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딸의 표정과 행동은 평소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자기가 먹던 간식을 내게 나누어주더니 마지막으로 남은 과자 한 개까지 아빠가 먹으라고 내밀었다.아이에게 원래 다정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날은 말과 행동 전체에 여유가 있었다. 컨디션이 좋은 딸이 이렇게 다정한 아이였나 싶을 정도였다.나도 평소에는 제대로 묻지 않았던 질문을 꺼냈다.“딸아, 너는 영어도 잘하고 영어책도 정말 많이 읽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똑똑해져” 다음에 아이 자신의 대답이 나왔다딸은 책을 읽으면 똑똑해진다고..
어제 아이가 Owl Diaries를 읽으면서 혼자 킥킥거렸습니다. 아침부터 저를 붙들고 무슨 내용인지 설명하더니, 다시 책으로 돌아가 한참을 웃었습니다.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아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떤 책들을 거쳤던가. 그래서 몇 권을 꺼내 늘어놓고, 각 책의 레벨 지수를 찾아봤습니다. 그러다 이상한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레벨은 같은데 쪽수가 두 배인 책Magic Tree House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기본 시리즈와 Merlin Missions입니다. 우리 집에 있는 것은 Merlin Missions 쪽입니다.두 시리즈의 숫자를 나란히 놓아 봤습니다. 참고로 렉사일은 영어책의 난이도를 숫자로 나타낸 지수입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어렵습니다.기본 시리즈는 권장 연령이 6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