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딸과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처음 보는 장난감을 만났습니다. 겉은 강아지 인형인데, 영어로 말을 걸면 대답을 하는 AI 장난감이었습니다. 요즘 유아 AI 영어교육 이야기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이가 그런 기기와 영어로 직접 주고받는 모습을 옆에서 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습니다. 딸은 한참을 붙잡고 놓지 않았습니다.그날 이후로 한 가지 질문이 남았습니다. 유아 AI 영어교육은 아이 영어의 메인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아이 혼자 앱을 켜 두면 영어가 자연스럽게 늘까. 7살 딸을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집에서 영어독서와 짧은 말하기를 함께 해 온 아빠로서, 그날 본 장면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답해 보려 합니다.결론부터 말하면 이렇습니다. 유아 AI 영어교육은 쓸 수 있습니다. 다만 AI는 아이 영어를..
7살 아이가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봤다. 부모인 나와 아내는 아이보다 더 궁금했고, 어쩌면 더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결과가 궁금해서가 전부는 아니었다. 7살 아이가 2시간 동안 앉아서 영어 시험을 본다는 것 자체가 우리 가족에게는 꽤 큰 일이었다.마침 유아 레벨테스트를 두고 제도도 바뀌었다.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로 불리던 입학 평가를 두고 학원법이 개정됐고, 올해 9월부터는 유아를 수준별로 가르려는 입학시험과 평가가 원칙적으로 막힌다. 우리 아이가 본 이 시험도 그 흐름의 끝자락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부모 입장에서는 여전히 헷갈린다. 아이 영어 실력을 어느 정도 확인해야 하는 순간은 오고, 학원도 아이에게 맞는 수업을 찾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진단을 하려고 한다.그래서 ..
아이 영어를 챙기다 보면 부모가 가장 기다리는 장면이 있습니다.아이가 영어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모습입니다.영어책을 읽는 것도 좋고, 단어를 외우는 것도 좋고, 라이팅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도 부모 마음 한쪽에는 늘 이런 기대가 있습니다.언제쯤 아이 입에서 영어가 자연스럽게 나올까.저도 7살 딸을 키우면서 이 순간을 많이 기다렸습니다.제 답은 지금은 조금 분명합니다.아이 영어 스피킹은 몇 개월 차에 정해진 것처럼 터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 안에 들은 말과 읽은 문장과 자기 생각이 충분히 쌓였을 때 나옵니다.영어유치원을 몇 달 다녔다고 바로 영어 말문이 트이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갔다고 바로 영어로 술술 말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아이 영어가 터지는 순간은 영어를 해야 하는 순간이 아니라, 영어로 말하..
아빠표 영어교육이라고 하면 괜히 부담이 먼저 생깁니다. 아빠가 영어를 잘해야 할 것 같고, 발음도 좋아야 할 것 같고, 아이가 물어보면 문법 설명도 바로 해줄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물론 아빠가 영어를 잘하면 좋습니다. 아이가 모르는 단어를 물어봤을 때 바로 알려줄 수 있고, 문장을 읽다가 막혔을 때 설명해줄 수도 있습니다.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까지 해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겁니다.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아빠가 영어를 완벽하게 잘해야만 아이 영어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어디에서 막히고 있는지, 어떤 흐름으로 공부하고 있는지를 아빠가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제 경우에는 조금 특수한 상황도 있습니다. 아내가 승..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집이라면 단어시험을 한 번쯤 겪습니다. 아이가 100점을 받아 오면 안심이 되고, 몇 개 틀려 오면 마음이 쓰입니다. 그런데 몇 해 지내며 든 생각은 이렇습니다. 시험을 다 맞았다고 그 단어를 제대로 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시험은 그날 그 목록을 기억했는지 확인하는 도구입니다. 다 맞혀도 며칠 뒤 다시 물으면 흐릿해지는 단어가 있고, 틀렸어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면 또렷해지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점수 자체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습니다. 대신 단어를 다루는 방식을 몇 가지로 정해 두었습니다.첫째, 아침에는 힘을 뺍니다. 등원 전에 단어를 확인하긴 하지만 다 맞히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아침밥을 먹이면서 단어 스무 개를 100% 다 시키면 아이가 체합니다...
우리 집은 보통 집과 조금 다릅니다. 흔히 아이는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데, 우리 딸은 아빠인 저와 보내는 시간이 훨씬 길어요. 아내가 승무원이라 며칠씩 비행을 나가니까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제가 거의 보통 집 엄마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밥 먹이고, 씻기고, 영어유치원 숙제를 챙기고, 재우는 일이 대부분 제 몫이에요. 원 준비물을 챙기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까지 거의 제가 합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제는 이게 우리 집의 보통이 됐습니다.아내는 그게 늘 마음에 걸리나 봅니다. 다른 집과 달리 딸이 엄마 얼굴을 며칠씩 못 보고, 외국으로 비행을 나가 있는 동안 서로 또 얼마나 보고 싶을까. 그 미안함을 아내는 가방으로 채웁니다. 비행을 갈 때마다 딸을 위한 선물을, 작든 크든 꼭 하나는 ..
